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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어닝쇼크 뒤에… 시한폭탄 '미청구 공사' 있다

입력
2015.07.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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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논란의 주범… 발주처에 아직 청구 못한 매출채권

공기 지연·비용 추가 땐 '눈덩이', 조선·건설사 부실 감지 지표로 주목

#1. GS건설은 2010년 약 8,000억원 수준이던 미청구공사 금액이 2011년과 2012년 들어 전년 대비 50~60% 씩 급증하며 2조원을 넘어섰다. 이듬해인 2013년 1분기 실적 발표 결과 GS건설은 영업손실 5,35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2.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4조5,000억여원이던 미청구공사 금액이 2014년 7조4,000억여원까지 늘어났다. 올 1분기에는 9조4,000억원으로 3개월만에 2조원이 폭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 실적 발표를 한 지 두 달 후인 지난 16일 최소 2조원 가량의 대규모 부실이 발생해 이를 2분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건실한 실적을 유지하던 조선사나 건설사들이 순식간에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 적자 회사로 돌변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이 같은 손실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지표로 미청구공사 금액이 주목 받고 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조선사나 건설사들의 경우 모두 ‘어닝 쇼크’ 직전 미청구공사 금액이 급증하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주기업들의 회계 처리 특성을 감안해 이들 업종 기업의 향후 실적을 예상할 때 미청구공사를 주요한 판단 지표로 활용해야 하다고 지적한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0년 이후 올 1분기까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조6,420억여원과 1조7,020억여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3조7,500억원에 달했다. 매년 수천억원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정작 영업 활동에서 현금은 큰 폭으로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2010년 4조원대에서 올 1분기 9조원대까지 급증한 미청구공사액에서 찾는다.

미청구공사란 매출채권의 일종으로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뜻한다. 이런 개념을 사용하는 이유는 조선 건설 등 수주기업들의 회계처리 특성에 기인한다. 조선사나 건설사는 선박 제조나 건물 공사 등이 마무리되는 데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업체들 기준에서 보면 매년 비용이 발생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매출은 ‘0원’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들 업체는 발주처로부터 수주받은 금액에서 프로젝트 진행률을 계산해 매출액으로 인식한다. 1조원 규모 선박을 수주한 뒤 프로젝트를 40% 가량 진행했다면 매출액을 4,000억원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40% 진행했는데 발주처는 30%만 인정하겠다고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 때 발주처가 인정한 30%는 언제든 받을 수 있는 돈인 만큼 매출채권으로 잡지만, 나머지 10% 금액은 미청구공사로 분류하게 된다.

문제는 프로젝트 상황이 나빠져 제작 기간이 지연되거나 비용이 늘어나게 될 경우다. 이렇게 되면 미청구공사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회사측은 이를 손실로 반영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도 해양플랜트 인도 지연이 많아지면서 투입 비용이 늘어나고 대금 수령이 늦어진 것이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미청구공사 금액 급증이 대규모 적자의 핵심 요인이었다는 얘기다.

미청구공사액 추이가 중요한 이유는 실제로 현금이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일단 매출액으로 잡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공사진행률이 높아져 회계상에는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에게 이를 청구하지도 못하고 현금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2013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GS건설의 경우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비율은 10.06%(2010년)에서 22.87%(2012년)까지 늘어난 바 있다. GS건설뿐 아니라 삼성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 등 최근 1~2년 사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회사들 모두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2분기에 조 단위 손실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삼성중공업 역시 미청구공사액이 1분기 기준 4조7,989억원까지 높아진 상태다.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비율은 43%로 대우조선해양(55%)에 이어 조선업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조선사나 건설사들의 경우 분식회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회사측이 의도적으로 ‘적자 수주’ 프로젝트에 대한 예상 손실을 반영해오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청구공사액이 일정하다는 것은 예정원가율대로 각 현장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회계 투명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갑자기 수치가 올라가는 것은 수주업체와 발주업체간 공사완성도에 이견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반드시 확인하고 예의주시해야 할 지표”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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