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주재 獨대사관 근무 롤프씨
美 국적의 평양과기대 이병무 교수
신변 안전 이유 탑승 뒤늦게 알려져
17일 북선과 남선이 합류하는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에는 북한 평양에서 온 특별한 손님들도 탑승해 있었다. 지난 3년 간 평양 주재 독일 대사관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한 야노프스키 얀 롤프(30)씨와 지난해부터 평양에서 상주하고 있는 평양과학기술대 이병무 교수(66)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신청해 열차에 올랐지만, 신변의 안전을 이유로 탑승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베이징에서 출발해 남선 구간을 타고 온 롤프씨는 “평양에 있을 때 인터넷에 뜬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이번 행사에) 북한의 직접적인 참여가 어렵다는 점에서 저라도 연결고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에 구두 보고를 했을 때 간부들은 굉장히 놀라워했지만 딱히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3년 동안의 북한 근무를 마치고 귀환한 뒤 9월부터는 본국에서 남북 및 몽골 업무를 담당한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의 전제인 남북한 철도 연결이 진척을 이루지 못하는데 대해 롤프씨는 “정세가 복잡하다 보니 남한의 의도에 대해 (북한이) 약간 의심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남한에서 (선로를) 깔아주는 것이 아니라 동등하게 같이 하는 참 의미의 협력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 사례에서 보듯, 결국 신뢰 조성이 중요하다. 신뢰를 구성하는 것으로 길을 닦아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게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남북한 간 이질성을 좁혀 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며 남북한의 가교 역할을 자처했다. 롤프씨는 “북한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에 답해주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보람 있는 며칠이었다”며 “북한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사실을 한국 사람한테 전할 수 있었다. 직접적인 남북한 접촉이 불가능한 만큼 서로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주권자인 이병무 교수 역시 남북한 대학생들이 서로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열차에 탑승했다. 열차에서 남한 젊은이들을 만났을 때 보여주기 위해 평양 과기대 학생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 자료까지 따로 챙겨 왔다. 그는 “세계에서 북한 대학생들만큼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피고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몸 담고 있는 평양 과기대는 2009년 남북 간 처음 공동으로 설립한 북한 유일의 특수대학으로 지난해 1기 졸업생 44명을 배출했다.
두 사람은 남선과 북선으로 따로 출발했지만, 이르쿠츠크에서부터는 전세열차 한대로 합류해 베를린까지 동행한다.
이르쿠츠크=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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