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교육부가 경남 지역 국립 C대를 종합 감사한 결과 부당 예산 집행 등으로 교직원의 절반 가량인 206명이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일부 교수들은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고, 학생들은 교수의 논문을 베껴 학위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교직원들에게 부적절하게 지급된 10억여원에 대한 환수 조치도 취해졌다. 당시 총장도 채용 비리로 징계를 받는 등 국립대 사상 유례가 없는 무더기 징계 사태가 벌어졌다.
지역 국립대의 위상은 단순한 교육 기관 이상으로, 지역 경제와 미래 비전을 이끌어 나간다. 대학이 특성화한 분야는 지역 산업의 동력이 되고, 졸업생들은 지역 사회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각종 비위로 몸살을 앓았던 C대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후 총장 선출은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돼야 하는 게 상식이다. 땅에 떨어진 대학 구성원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지역 주민들의 명예도 회복시키려면 리더의 도덕성 확보가 급선무다.
하지만 이 대학의 총장 선출 과정은 이런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신임 총장을 둘러싼 논문 표절, 연구비 부당 수령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과거 총장 선거에서 금품을 뿌려 벌금형을 선고 받은 전력까지 드러났다. 후보자로 선출되는 과정에서도 논문 검증 기간이 대폭 축소되는 등 절차적 하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이 내부 검증을 거쳐 1,2순위 후보자를 교육부에 추천하고, 교육부가 청와대에 임용 제청해 최종 1명이 선임된다. 이 때문에 교육부의 총장 임용 제청은 ‘대충 통과시키는’요식 절차가 아니어야 한다. 더구나 이번 정부 들어 교육부는 대학 자체 검증을 통과한 공주대, 경북대, 방송통신대 등 국립대 총장 후보자들에 대한 임용을 ‘문제가 있다’고 거부하고 있다. 이렇게 꼼꼼함을 자처하는 교육부가 유독 C대학에만 “학교 차원의 검증을 거쳤으니 문제될 것 없다”며 검증의 현미경을 들이대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어떤 학자가 국립대 총장으로 적합한지, 명확한 기준도 근거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교육부의 깜깜이 행정은 결국 국립대학은 물론, 지역사회도 망칠 뿐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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