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도 출판사가 있다. 등록 현황만 보면 252개다. 그러나 이름만 출판사인 인쇄소거나 이미 폐업한 곳이 97%다. 출판사의 이름으로 책을 내는 곳은 많아야 5곳, 그 중 매년 5권 이상 출판하는 곳은 제주대출판부와 도서출판 각뿐이다.
각 출판사 대표 박경훈씨가 전한 현황이 이렇다. “열악하다는 말도 사치스러운 게 제주도의 출판 현실”이라고 했다. 최근 1인출판사 붐에다 육지에서 들어오는 문화이민자가 늘면서 2013년에만 21개 출판사가 등록하긴 했지만, 지속가능성은 미지수다.
각 출판사는 1999년 생겼다. 박 대표가 사장 겸 표지 디자인을 맡고, 디자이너 1명, 교정교열 1명이 전부다. 지금까지 4ㆍ3과 평화운동, 제주설화와 민속 등 제주 지역의 역사와 문화예술 등 인문학을 중심으로 190여 권을 냈다.
출판 불황에 서울의 대형 출판사들도 허덕대는 마당에 섬에서 출판사를 하는 게 어디 쉬울까. 본래 미술작가인 그가 외주디자인 수입으로 버텨왔지만, 그것도 한계에 달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출판의 꿈을 키우는 건 요원해 보인다”고 했다. 제주는 섬이어서 이중고가 있다. 물류비만 해도 그렇다. 현재 유통 구조로는 팔릴수록 손해다. 도서출판 각은 예전에는 전국 총판을 거치다가 제작권수가 500~1,000부로 정착되면서 전국 서점에 깔 만큼 많은 물량을 댈 수 없어 주요 대형서점 직거래로 바꿨다. 직거래는 주문 들어오면 그때그때 낱권으로 발송한다. 서점 마진 떼고 운송비 내고 나면 제작비도 못 건진다. 박 대표는 지역출판종합물류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개별 출판사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 관련 서적이 붐이라지만 대부분 제주올레 걷기 열풍에 편승한 책들이다. 걷기 안내서나 제주개설서 수준에 머무르는 것들이다. 지역출판이 살아있다는 것은 지역문화가 살아있다는 표징이다. 출판은 지역문화의 모태와 같다. 아무리 작은 출판사라도 지역의 인문학 출판사는 그래서 소중하다.”
제주= 글·사진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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