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18~19일)에 TV와 음원 차트를 들썩인 두 사람이 있다. 래퍼 자이언티(25·김해솔)와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까지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던 20~30대라면 친숙한 ‘종이접기아저씨’김영만(65)씨가 주인공이다. 자이언티는 18일 MBC ‘무한도전 가요제’ 방송에서 ‘양화대교’란 노래가 나간 뒤 19일 오후 6시가 넘어서도 벅스 네이버 엠넷 뮤직 등에서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다. 김 씨의 오랜만의 TV 외출에 MBC는 특수를 누렸다. 19일 시청률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마이리틀텔리비전’18일 방송은 10.5%의 시청률을 기록,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두 사람이 화제가 된 데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이 만든 노래와 종이접기가 시청자의 삶을 돌아보게 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자이언티가 들려 준 ‘양화대교’는 가족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이들에, 김 씨의 종이접기는 경쟁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며 위로가 됐다는 평이다.
좋은 노래는 멜로디를 넘어 누군가의 이야기가 되기 마련이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는 잊고 지내던 아버지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공감을 샀다.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란 내용의 자전적인 가사가 준 울림은 컸다. 자이언티를 택시에 태우고 직접 양화대교를 달리던 하하는 자신의 아버지 얘기를 꺼냈다. “우리 아버지는 사업을 하셨고 와일드한 성격이라 아버지와 자주 여행을 다닌 추억이 없다”며 “‘양화대교’를 듣고 나도 마음이 짠했다”는 게 하하의 고백이다. 더불어 ‘양화대교’에 얽힌 아내이자 가수인 별 얘기도 들려주며 곡에 대한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하는 “장인어른이 일찍 돌아가셔서 아내가 ‘양화대교’를 듣고 울었다”고 해 자이언티를 뭉클하게 했다. ‘양화대교’속 가장이 된 소년은 현실 속 가장의 자화상이었다. ‘내가 돈을 버네, 돈을 다 버네/엄마 백원만 했었는데/우리 엄마 아빠, 또 강아지도 이젠 나를 바라보네/전화가 오네, 내 어머니네/어디냐고 물어보는 말에/나 양화대교’란 노랫말에 적잖은 시청자는 자신의 삶을 들췄다. 방송 후‘양화대교’를 접한 네티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 등에 ‘양화대교 들으면서 몇 번이고 울었다. 그냥 거기에 삶이 녹아있어서’(엠***),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 노래는 오래간다. 어제 첨 들었는데 눈물이’(딸기***) 등의 글을 올려 곡이 준 서정을 곱씹었다. 윤영미 SBS 아나운서도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들으며 양화대교를 건너는 아들이 감격해 한다’는 글을 올려 공감을 표했다.

김 씨의 말 한 마디는 시청자에 추억이자 위로가 됐다. 김 씨는 다 큰 성인이 된 이들을 “어린이 친구” “꼬딱지”라 부르며 시청자의 동심을 자극했다. “어린이 친구들 이제 어른이죠? 어른이 됐으니 이제 잘 할 거에요”라며 “잘 안 되면 어머니께 도와달라고 하세요”라는 김 씨의 말에 많은 시청자들이 울컥했다. 김 씨는 주름진 손을 떨어가며 종이를 접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 눈물이 났다’는 네티즌의 실시간 댓글을 본 김 씨도 결국 눈물을 훔쳤다. 트위터에는 ‘빡빡한 사회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취업 걱정, 결혼 걱정, 미래 걱정만 하는 현실. 다 큰 어른들을 코딱지들이라고 불러주는 아저씨 덕에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음의 위안을 받았다’(wars***), ‘김 씨 세대가 아님에도 방송보고 울컥했다. 아마도 위로와 격려가 부족한 세상이라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봤다’(eyeinth***) 같은 글이 굴비 엮이듯 이어졌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