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농약 사이다' 상주 산골 주민들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에 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농약 사이다' 상주 산골 주민들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에 왜…"

입력
2015.07.19 18:20
0 0

용의자 할머니 영장… 혐의 부인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마을회관 독극물 음료수 음독사건의 용의자 A씨 집 창고 모습. 연합뉴스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마을회관 독극물 음료수 음독사건의 용의자 A씨 집 창고 모습. 연합뉴스

14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시골마을에서 발생한 농약 사이다 사건으로 주민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진 가운데, 경찰이 유력 용의자로 체포한 80대 마을 주민 박모(82)씨에 대해 검찰이 19일 구속영장을 청구, 마을주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사건 발생 직후 “범인은 마을 사람 중에 있을 것”이라는 소문에도 반신반의하던 주민들은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믿을 수 없다”며 망연자실해하는 분위기다.

주민등록상 42가구 86명의 주민이 거주하던 이 마을은 사건 이후 웃음소리가 끊겼다. 사건발생 하루 전 마을 회관에서 초복잔치를 하며 웃고 즐기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들은 외출을 자제했고, 부모가 걱정돼 찾아온 자식들의 모습만 간간히 보일 뿐 적막감만 감돌았다. 6명의 할머니가 쓰러진 마을회관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진 채 의경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몇몇 주민들은 사건이 터지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해 외지에 사는 자녀 집으로 떠나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이들 할머니는 점심 식사를 마치면 약속이나 한 듯, 마을회관에 모여 고스톱을 치거나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소일하는 등 가족보다 더 가깝게 지냈다”며 “농약사이다를 마실 때 함께 있던 할머니 중 한 명만이 마시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미심쩍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할머니가 용의자라니 충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그 할머니가 범인이라면 도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탄식했다.

이 마을에선 지난 14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7명 중 6명이 전날 초복잔치 때 마시다 남은 1.5ℓ들이 페트병에 든 사이다를 나눠 마시고 쓰러져 이튿날 정모(86)씨가, 18일엔 라모(89)씨가 숨졌다.

경찰은 박씨가 ▦석연찮은 이유로 혼자만 ‘농약사이다’를 마시지 않았고, ▦집에서 발견된 판매금지된 문제의 맹독성 살충제인 메소밀 ▦집 근처에서 발견된 뚜껑 없는 자양강장제 병에서 메소밀 검출 ▦박씨가 입고 있던 옷가지와 사건당일 마을회관까지 왔다 갈 때 타고 다닌 전동스쿠터에서 메소밀 검출 등을 근거로 18일 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에 대한 구속여부는 20일 오후 대구지법 상주지원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박씨는 거짓말탐지기조사를 불응한 채 “쓰러진 할머니들이 흘린 침 등을 닦은 것이 옷과 스쿠터에 묻은 것”이라며 범행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상주=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