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김세진 감독? 절친이지만 의식할 상황이 아니다."
김상우(42) 우리카드 감독이 19일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OK저축은행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한 말이다. 김상우 감독과 김세진(41) OK저축은행 감독은 30년 가까이 우정을 쌓아온 친구 사이다. 선수 시절 국가대표팀과 삼성화재에서 라이트(김세진)와 센터(김상우)로 맹활약했지만, 사령탑으로는 이날 처음 맞대결을 펼쳤다.
<p align="left">절친과의 만남에서도 김상우 감독이 결연한 각오를 드러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중반 해체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후 모기업 우리카드가 배구단 해체의 뜻을 철회하면서 상황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p align="left">2010년 LIG손해보험 사령탑에 올랐으나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난 김상우 감독은 지난 4월 우리카드 지휘봉을 잡은 뒤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기보단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14-2015 V리그 우승을 차지한 김세진 감독에 비해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김상우 감독은 첫 무대인 KOVO컵 대회에서부터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인정 받았다.
우리카드는 이날 결승에서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5-21, 21-25, 25-17, 25-15)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대회 초반 2패를 당했던 우리카드의 반전 우승 뒤에는 김상우 감독의 치밀한 준비가 있었다.
김상우 감독은 "우리카드는 과거 KOVO컵 대회에서 잘 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모두들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신적인 면뿐 아니라 선수들의 체력관리에도 특별히 신경 썼다. 김 감독은 "결승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 등만 소화했다"고 말했다. 경기 내적으로는 "상대는 빠르고 파괴력이 있으며 리시브가 좋다. 서브가 관건이다"고 분석했다.
정신력과 체력, 전술이 뒷받침된 우리카드는 순식간에 강팀으로 변모했다. 이날 우리카드는 최홍석(21점)과 이동석(15점), 신으뜸(14점), 엄경석(11점)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반면 OK저축은행은 강영준(19점)과 송명근(12점)에게 의존하는 단조로운 공격으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주전들이 고른 활약을 펼친 우리카드는 2세트 막판을 제외하고 OK저축은행에 시종일관 우위를 점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꼽힌 최홍석은 경기 후 이번 대회 팀 성적 반등의 비결로 "선수들이 하나가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감독님이 선수들의 의지를 이끌어내셨다"고도 덧붙였다.
김상우 감독은 승장 인터뷰에서도 전략적인 면을 보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문제점, 부족한 점을 다 체크해놨다. 정규리그가 열리기 전까지 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이 힘들었지만, 선수들은 군말 없이 임했다"며 선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김상우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했지만, 다가오는 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스스로 자만을 경계했다. 부임 후 3개월 만에 팀을 단숨에 정상으로 이끈 데는 나름 이유가 존재했던 셈이다.
사진=김상우 우리카드 감독.
청주=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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