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박찬호 야구공원' 무산되나

민간사업자 자금부족으로

부담금 못 내 공사 시작도 못 해

새 대표 취임으로 새 납부기한 얻어

진입도로 신설 등 전폭 지원하던

市는 특혜 시비 휘말릴까 속앓이

전국 최대 규모의 사회인야구장인 ‘박찬호 야구공원’이 민간사업자의 자금부족으로 무산위기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박찬호 선수와 박 선수의 지인인 민간사업자만 믿고 도로 신설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동두천시는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19일 시에 따르면 시와 민간사업시행자 ㈜소요산야구공원은 경기 동두천시 상봉암동 산6번지 32만여㎡ 에 메인스타디움(2,000석 규모)과 야구장(6면) 타격연습장(50타석) 실내연습장(2개) 숙박시설을 갖춘 체류형 스포츠센터를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7월 10일 기공식을 했다.

그러나 총 사업비가 330억원인 이번 사업을 진행하는 ㈜소요산야구공원은 공사시작은커녕 산림이나 농지를 개발할 때 공사 전 납부해야 하는 각종 부담금 14억1,700만원도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소요산야구공원은 당초 지난해 10월이던 납부기한을 시가 올해 1월과 4월 두 차례 연장해줬는데도 돈을 내지 못한 채 5월 또 납부기한 연장을 신청했다. 이에 시는 또 한 번의 납부기한 연장이 적법한지 검토해달라며 경기도에 사전 컨설팅 감사를 요청한 후 감사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소요산야구공원에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하지만 ㈜소요산야구공원은 박찬호 선수와 친분을 자랑하는 박모씨를 대표에서 물러나게 하고, 새 인물을 대표로 취임시키는 방법으로 60일간의 새로운 납부기한을 인정 받았다.

박찬호 야구공원에 전폭적인 도움을 주던 시는 특혜시비가 일까 속앓이 중이다. 시는 빠른 사업진행을 위해 민자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에 앞서 걷는 예치금도 받지 않았다. 민간사업자의 재정상황을 미리 파악하는 절차를 거치고, 예치금만 받았더라도 현재 문제가 되는 각종 부담금 미납문제는 해결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시는 또 야구공원 진입 도시계획도로 사업비 30억원 중 12억1,000만을 ㈜소요산야구공원이 납부하지 않았는데도 전액 시비로 개설해 준공까지 내주고 이 가운데 8,900만원만 최근 받아냈다. 민자사업의 추진 상황을 보고 투자한 게 아니라 시가 세금을 선 투자해 세금 낭비로 이어진 것이다.

시의회는 이달 초 야구공원과 관련한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박 선수에게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는 미국에 체류 중이라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다. 시의회는 2013년 시와 ㈜소요산야구공원이 사업 관련 양해각서 체결 당시 박 선수가 혹시 사업에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책임지고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사업진행 의지 등을 질문할 예정이었다.

정계숙 시의원은 “사업부지 대부분이 박 전 대표 개인 소유였다가 최근 ㈜소요산야구공원에 넘어갔다”면서 “산지와 농지였던 사업부지가 용도변경을 통해 건물 신축이 가능하게 되고, 앞에 도로도 개설됐다면 그 재산가치는 수십 배가 뛸 수 있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