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에서 만난 김응용 前감독
‘거장’ 김응용(74) 전 감독이 18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5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했다. 그의 공은 애제자 선동열 전 감독이 받았다. 김 전 감독은 이어 10개 구단 감독들이 제작한 공로패를 받았고, 나눔 올스타 팀의 1이닝 사령탑까지 맡았다. 1회초에는 심판 판정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올라갔다가 심판으로부터 “올스타전은 해당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멋쩍게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장면도 연출했다. 김 전 감독은 1983년 해태 사령탑으로 KBO리그 첫 지휘봉을 잡았고 삼성과 한화를 거치면서 정규시즌 통산 2,935경기에 출전해 최다승(1,567승 1,300패 68무)을 기록했다. 또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10회)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올스타전 시구 소감은.
“한 마디로 미안한 생각이 든다. 현역 때 따뜻한 말 한 마디 없이 다그치기만 했는데, (후배 감독들이) 좋은 자리를 마련해줬다. 어제 밤에 잠 한숨 못 잤다.”
-최근 인터뷰에서 열심히 살겠다는 말을 했는데.
“유니폼을 벗은 지 1년도 안 됐는데 고생을 많이 해 충전하는 중이다. 여러 가지 구상은 하는데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올해 프로야구를 좀 봤는지.
“솔직히 안 봤다. 야구에 ‘야’자만 나와도 긴장이 돼서. 농사나 짓고 쉬려고 했다. 될수록 TV도 안 보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다.”
-1회초에 심판에게 항의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감독들한테 당했다. 올스타전은 비디오 판독이 없다더라. 감독들이 항의해야 한다고 해서 그랬다. 심판이‘그것도 모르고 나오냐’고 핀잔을 줬다.”
-시구 때 차에서 내리자마자 공을 바로 던진 이유는.
“공이 (포수 미트)끝까지 갈지 긴장을 많이 했다. 야구 선수 출신이 땅볼로 가면 어떻게 되나.”(웃음)
-전날 잠을 못 잤다고 했는데.
“후배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나한테 두들겨 맞은 선수도 있고.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밤을 샜다. 다른 이야기는 못하고 반갑다고 했다.”
-후배 감독들에게 전하는 최다승 감독의 노하우가 있다면.
“최다승 감독은 오래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거 보다 내 자랑 좀해도 되나? 한국시리즈 우승 10번 한 것.”(웃음)
-제주도에 야구장을 짓는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내가 짓는 건 아니고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이 짓는데 조언을 좀 해주는 거다. 내가 직접 투자하고 그런 건 없다.”
-동년배 김성근 한화 감독에게 할 말이 있다면.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건강이 최고다. 건강 조심하라는 말 해주고 싶다.”
-감독으로서 잊지 못할 장면을 꼽자면.
“역시 처음이 좋은 거다. 해태에서 첫 우승이 감격스러웠다. 삼성에서 첫 우승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삼성도 내가 가서 처음 한 것 아닌가. 선수들, 코치들 모두 그 순간을 제일 감격스러워 하더라.”
-야구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팬을 위해 열심히 해야 하는데 요즘 정신력이 부족하지 않나. 옛날에는 내일을 생각 안하고 오로지 오늘 게임을 위해 사력을 다했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파이팅이 없다는 마음이 들더라.”
-유소년 야구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야구로 밥 먹고 살았는데 이에 보답하는 게 그것 밖에 없다. 10원이라도 아껴 후배를 위해 써야 하는데, 돈이 진짜 귀하다는 걸 느꼈다. (야구장) 지을 때는 많은데 돈은 없고.”
-한국시리즈 10회 우승하는 데 최고 투수와 타자를 꼽자면.
“기억나는 건 역시 선동열이 제일 좋은 투수다. 타자는 3박자를 갖춘 이종범이 가장 기여하지 않았나.”
수원=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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