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스 자콥이 살았던 몽마르뜨는 전쟁의 신 마르스의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가난한 삶은 전쟁 같고 가난한 사랑도 전쟁 같은 법이죠. 그 전쟁터에서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들이 무리 지어 태어났어요. 자콥은 물론 가난했지만 그는 더 가난했던 화가 친구 한 명을 자기 아파트에 머물게 했습니다. 얼마 후 친구가 아틀리에를 얻어 나가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피카소입니다. 그 아틀리에는 시인 아폴리네르와 화가 모딜리아니, 마리 로랑생 등이 드나들었다고 해요. 건물이 너무 낡아 쓰러질 듯 흔들리는 모양이 꼭 세탁부들이 빨래터로 쓰는 강변의 배와 같다고 해서 자콥은 그 아틀리에에 ‘세탁선’이라는 별칭을 붙였습니다.
요즘 청년들은 돈이 없어 연애, 결혼, 출산, 대인관계,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한 5포세대라고 많은 분들이 씁쓸해합니다. 가난하고 변변한 직장이 없기로는 막스 자콥이나 그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시인의 저 씩씩한 출발은 어떻게 된 걸까요? 아마도 법석을 떨고 몰려다니며 꿈과 사랑을 나누던 친구들의 힘이었나 봐요. 기형도의 시구처럼 청년들이 서로 뭉쳐지지 않는 “톱밥처럼 쓸쓸”해서 절망이 더 큰지도 모르겠어요.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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