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어느덧 유희관(29ㆍ두산)은 리그 정상급 왼손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30경기에서 12승9패, 올해는 전반기에만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18경기에서 12승(2패)으로 당당히 다승 단독 1위이다. '투수의 최고 덕목은 제구다'는 명제 앞에서 유난히 빛나는 유희관을 지난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학창시절 국영수 중 국어가 가장 좋았다는 그는 이날도 화려한 언변을 자랑했다.
(1편에서 이어집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이 최근 "마운드에서 스스로 폼을 체크해 잘못된 점을 고칠 줄 아는 투수"라고 호평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나도 놀랐다. 매번 마운드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데 어떻게 아신 걸까. 가끔 제구가 어긋나면 '더 앞에서 때려야지', '끌고 나가서 던져야지' 등 스스로 조정하는 편이다. 어차피 나는 스피드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며 더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경기를 보면 유독 상대 팀 에이스와 자주 붙는다.
"난 그런 게 좋다. 관심을 받으니깐 흥이 난다. 잘 던지는 투수와 붙다 보니 이겨야겠다는 욕심도 생기고 집중도 잘 된다. 팬들도 그런 경기를 원하시지 않나. 6월27일 광주에서 양현종(KIA)과 선발 맞대결을 했을 때는 마치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기분이었다. 경기 전부터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드러냈고. 그런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둘 다 못 던졌다. 어쨌든 에이스랑 붙으면서 배울 점도 있고, 행여 승리 투수라도 되면 자신감이 두 배는 생기기 때문에 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가장 까다로운 타자는 누구인가.
"이용규(한화) 선배와 서건창(넥센)이다. 스타일이 비슷한데, 둘에게 안타를 많이 맞는다. 제대로 던졌다 하면 커트하고, 됐구나 싶으면 안타를 때리고. 둘 모두 발 빠른 1번이기 때문에 1회부터 출루하면 참 난감해진다. 투구수도 늘어나고. 개인적으로 거포들은 상대하기 편한데 이용규 선배와 (서)건창이는 정말 어렵다."
-팬들도 궁금해 하는 질문을 하나 하겠다. 말은 원래부터 잘했나.
"부모님이 말씀을 잘 하셔서 그 피와 끼를 물려 받지 않았나 싶다. 야구를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했고 그 전까지는 학원을 다녔는데, 국영수 중 국어가 제일 좋았다. (웃음)"
-주위에서는 벌써부터 은퇴 뒤 방송 해설을 하라고 하더라.
"아직 한창 공을 던질 나이라서 은퇴 이후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주변 사람들만 벌써부터 해설하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양준혁 자선야구대회에서 잠깐 해설을 했는데, 확실히 재미는 있다.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투입됐는데, 반응도 좋았다."(유희관은 17일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도 해설자를 맡았다.)
-후반기 목표는.
"하루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뀐다. 매일 살얼음판에서 경기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팀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한다. 매 경기 팀 승리를 위해 던질 것이다. 올해는 유독 우천 취소된 경기가 많아 앞으로 체력 관리를 잘 해야 할 것 같다. 2013년 연봉이 2,600만원이었는데 포스트시즌 뒤 연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보너스로 받았다. 올해는 꼭 4강을 넘어 우승까지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사진=두산 유희관. 잠실=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잠실=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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