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취재진 등 1000여명 북적
시작 전부터 안팎에서 고성도
"합병 승인" 발표에 환호성·박수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몰리며 시작 전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주총장 입장이 가능한 오전 7시를 전후로 전국 각지의 삼성물산 주주들과 국내외 취재진 400여명, 합병 반대를 촉구하는 단체 등 1,0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들었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합병 반대파들은 “불합리한 합병에 반대한다”며 고성을 내기도 했다. 이날 최종 확인된 주총장에 입장한 참석자는 총 553명이다.
유례없이 많은 참석자가 몰리면서 주주 명부와 위임장 확인 시간이 길어졌다. 이 때문에 당초 주총시작 시간인 오전 9시를 훌쩍 넘기자 9시33분쯤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주주 명단을 확정하고 시작하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개회를 선언했다.
첫 번째 안건으로 이날 주총의 핵심인 합병 승인 건이 올라왔다. 합병에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트 앨리엇매니지먼트의 법률 대리인 최영익 변호사는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고 “(엘리엇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 확고한 지지 입장”이라며 “다만 지배구조 개편이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고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날카로운 질문도 나왔다. 엘리엇 측의 또 다른 대리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건강했다면 이런 합병안이 나왔을지 의문”이라며 “(삼성물산 지분 1.4%를 보유한) 이 회장이 어떤 식으로 위임권을 넘겼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최 사장은 “이 회장은 과거부터 의결권 행사가 포괄적으로 위임돼 있다”며 “기존 포괄위임에 따라 의결권이 행사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질의응답이 1시간을 넘기며 지리하게 이어지자 “빨리 표결하자”는 불만이 주총장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에 최 사장은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투표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개표와 검수가 거듭된 끝에 오후 12시50분에 위임장을 포함한 참석 주주 69.53%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합병 안이 최종 승인됐다. 최 사장이 합병 승인을 발표하자 주총장에 환호성이 울리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주총 현장에 나와 있던 삼성물산 직원 등 삼성 관계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엘리엇이 주주 제안한 2호 의안인 삼성전자 주식 등을 배당으로 요구한 현물 배당과 3호 의안인 중간 배당도 잇따라 부결되면서 주총은 시작한 지 약 4시간 만인 오후 1시30분에 마무리됐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여선애 인턴기자(서강대 프랑스문화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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