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원, 원, 세모, 네모 컬러 도형과 간결한 선을 썼을 뿐인데 예쁘고 아기자기한 입체그림책이 되었다. 펼치면 접혀 있던 그림이 툭 튀어오르는 팝업북이다. 즐거운 숨은그림찾기 놀이책이기도 하다. 프랑스 삽화가 둘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파란 반원에 연필로 슥슥 선 한 줄 그었더니 파란 모자.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 버린다. 급히 따라가 도착한 동물원에서 원숭이가 모자를 가로채 도시 한복판으로 사라진다. 달아난 원숭이를 따라서 공원, 빵집, 백화점, 도서관, 빌딩숲으로 계속 움직이는 내내 원숭이는 요리조리 잘도 숨는다. 찾아내려면 책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꼼꼼히 뒤져야한다. 위에서, 아래에서, 옆에서, 들여다보고 들춰보고 비껴보고…. 그때마다 구석구석 박힌 아기자기한 그림이 감춰졌다가 나타났다가, 보였다가 사라졌다가 해서 숨바꼭질 하듯 갖고 놀 수 있다. 크고 작은 주머니가 잔뜩 달린 옷에서 이것저것 꺼내보는 것과 비슷하다. 마지막 장면,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질 뻔한 원숭이가 무사히 내려오는 방법도 연필로 그은 간단한 선의 마술이다.
심플한 드로잉과 경쾌한 컬러, 발랄한 상상력과 유머로 지어낸, 세련된 감각의 정교한 팝업북이다. 서너 살 배기 꼬마뿐 아니라 어른도 몇 번이고 보며 빠져들 만하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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