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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디지털 문서' 증거 인정 5가지 기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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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디지털 문서' 증거 인정 5가지 기준 제시

입력
2015.07.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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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선 이메일은 증거 규정 안돼

정규ㆍ규칙적 업무의 결과물 여부 등

기준 나와 인정능력 엄격해질 전망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상고심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상고심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으로 들어선 뒤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16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개입 사건을 파기환송 하면서 디지털 문서의 증거능력 인정을 위한 5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현행 법률은 이메일처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문서가 증거가 되는지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 서류의 증거능력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315조의 ‘기타 문서’ 규정을 원용해 판단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규정이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디지털 문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해석이 각기 달라 혼란이 많았다. 이번에 대법원이 비교적 까다로운 5가지 기준을 제시, 증거 인정이 보다 엄격해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대해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직원 김모씨의 네이버 이메일 첨부 파일에 있던 ‘425지논’과 ‘시큐리티’라는 이름의 텍스트(TXT)파일의 ‘증거 능력 오인’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문서들이 5가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형사소송법의 ‘통상 문서’나 ‘신용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첫 번째 기준으로 ‘문서가 정규적ㆍ규칙적으로 이뤄지지는 업무활동에서 나온 것인지 여부’를 제시했다. 이럴 경우 업무의 기계적 반복성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에 반대신문 없이도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 일상적인 업무 관행 또는 직무상 강제되는 것인지 여부’다. 이런 문서는 잘못 기재할 경우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굳이 기재할 동기나 이유가 거의 없다는 취지다. 세 번째 기준은 ‘문서에 기재된 정보가 취득된 즉시 또는 직후에 이뤄져 정확성이 보장될 수 있는 지 여부’가 제시됐다. 이 같은 문서는 상황에 따라 조작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또 ‘문서 기록이 비교적 기계적으로 행해져 기록 과정에 기록자의 주관적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지’ 와 ‘사후 문서 내용의 정확성을 확인ㆍ검증할 기회가 있어 신용성이 담보되어 있는지’ 도 기준에 포함시켰다.

대법원은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 혐의에 핵심증거인 ‘425지논’과 ‘시큐리티’ 파일은 5가지 기준에서 벗어나 전문(傳聞)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313조 1항에 따르면 전문증거는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해서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 김모씨는 검찰 조사에서는 이 파일이 자신이 작성한 것이 맞다고 진술했지만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말을 바꿔 이마저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심이 인정한 트위터 글 27만 건이 아닌 1심이 인정한 11만 건에 대해서만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대법원이 원 전 원장의 선거법 등 위반 혐의를 사실상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11만 건의 증거 안에서도 선거법 등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1심 판결이 비판 받은 이유도 해당 파일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서가 아니라, ‘정치관여는 맞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란 형용모순의 논리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1심에서도 첨부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11만 건의 트위터 글이 정치관여라고 인정됐다”며 “당시에도 국정원 직원들의 진술과 국정원 직원 김씨의 이메일의 본문에 있는 내용을 종합해서 증거능력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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