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의 한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농약 사이다’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 마을에 사는 A(83) 할머니가 체포됐다.
경북 상주경찰서는 17일 A 할머니를 조사 중에 있으며, 집 주변에서 발견된 병 뚜껑이 없는 자양강장제 병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성분 조사를 의뢰한 결과 병 속에서 범행에 사용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병 속에는 피해 할머니들이 마신 사이다에 든 살충제 성분이 나왔는데, 이 제품은 맹독성 농약으로 2012년 판매가 금지된 제품이다. 당시 할머니들이 마시던 사이다의 뚜껑이 자양강장제 뚜껑으로 바뀐 게 유력한 단서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A 할머니는 사건 당시 할머니 6명이 살충제가 섞인 사이다를 마실 때 함께 있었지만 음료수를 마시지 않았다”며 진술과 행적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아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A 할머니는 당시 다른 할머니들이 사이다를 권하자 ‘집에서 마가루차를 마시고 와서 사이다는 안 먹어도 된다’고 대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A 할머니를 상대로 혐의 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확보에 나섰다. A 할머니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증거품인 자양강장제 병이 A 할머니 집 안방에서 발견되지 않은 만큼, 제3자 범행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3시께 공성면 금계리 마을회관에서 1.5리터 사이다병에 든 음료수를 나눠 마신 할머니 6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며, 이중 정모(86) 할머니가 숨지고 4명은 중태에 빠졌다. 상주=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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