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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학술단체 “국정원 해킹, 대통령이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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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학술단체 “국정원 해킹, 대통령이 사과해야”

입력
2015.07.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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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의 불법 스마트폰 사찰 해킹 규탄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의 불법 스마트폰 사찰 및 해킹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국정원의 불법 스마트폰 사찰 해킹 규탄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의 불법 스마트폰 사찰 및 해킹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정보원의 해킹 논란에 대해 학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교수학술단체들은 17일 국정원이 휴대전화 등을 실시간 도ㆍ감청할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민간인을 사찰해왔다는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교수학술단체는 ‘국정원 해킹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번 논란은)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보기관에 의한 민간인 사찰이 버젓이, 그것도 조직적으로 자행되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한 뒤,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정부가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대통령이 나서 사과할 것 ▲책임자를 가려내고 그들에게 응분의 처벌을 가할 것 ▲국가정보원의 해체 등을 포함해 반국민적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조건을 마련할 것 등의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다음은 성명서 전문.

‘국정원 해킹’사건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2012년 이탈리아의 한 해킹 프로그램 제작 업체로부터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찰할 수 있는 해킹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스파이웨어’ 형태로 유포되는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저장된 개인 정보는 물론 통화내역과 SNS를 통한 대화내용까지 실시간으로 감청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관에 의한 민간인 사찰이 버젓이, 그것도 조직적으로 자행되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의 도입이 대북 정보활동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었고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프로그램을 맛집과 지자체 축제 정보에 대한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유포시키고 우리 국민의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을 해킹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추악한 변명에 불과하다. 스파이웨어 형태로 해킹 프로그램을 유포시키는 과정에서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메르스 관련 사이트나 심지어 포르노 사이트까지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기관이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나 사용하는 스미싱 수법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유포시키려 했던 정황이 속속들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국정원은 2012년 최초 구입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카카오톡 외에 국내에서 사용되는 각종 보안메신저 프로그램과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삼성 갤럭시폰에 대한 해킹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심지어 해당 해킹 프로그램이 국내 백신 프로그램에 포착되었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문의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국정원은 해당 프로그램의 도입과 활용이 대북·해외 정보활동과 연구용에 국한된 것이었다는 변명만 반복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찰할 수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무차별적으로 유포시키는 것이 대북 정보활동이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나 사용하는 교묘한 스미싱 수법이 연구대상이라는 얘기다.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그 용처조차 공개하지 않고 멋대로 사용하는 국가정보원이 내놓은 변명치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치졸하기 이를 데 없다.

이번 사건은 법적으로 대북·해외 정보활동에 전념하도록 되어 있는 국가정보원이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 한 의혹이 불거진 것이라는 점에서 일회적인 사건으로 치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른바 ‘댓글’을 통해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음을 알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해킹 프로그램 또한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민감한 정치 일정을 앞둔 시점에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두 사건을 별개의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이라는 단일한 사건으로서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또한 한국 민주주의의 완전한 후퇴와 권위주의로의 회귀에 대한 경종을 울려주는 사건이다. 우리는 지난 2014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카카오톡 감청 사건을 기억한다. 인터넷 상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으로 시작된 검찰의 카카오톡 감청 사건은,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이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 사건이었다. 이번 국정원 해킹 사건 또한 전 국민을 무차별적인 사찰과 감시의 대상으로 삼았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망령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인식은 고사하고 국가기관이 정권 보위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인식마저 결여한 작태가 지속되는 한 한국 민주주의에 미래는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 눈과 귀, 입을 막으려는 시도들이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와 국민의 생존권에 대한 요구는 철저하게 짓밟으면서 그에 비례하여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개인의 휴대폰을 사찰, 감청하면서까지 폭력적으로 틀어막으려는 시도들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이번 국정원 해킹 사건을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피로써 쟁취한 한국 민주주의의 성과를 근본부터 뒤집으려는 권위주의 세력의 조직적인 준동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은 고사하고 지금까지의 성과나마 제대로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은 그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어야 하고 관련자에게는 무거운 처벌이 내려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차제에 국정원과 검찰 등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직접적인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할 때에만이 이들 권력기관이 정권의 시녀로 전락하지 않고 이름뿐인 정치적 중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처리 과정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정권의 정당성과 관련된 국가기관의 불법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가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정권의 안위를 위해 이번 사건을 유야무야 처리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정권이 눈앞의 안위에 매몰되어 이번 사건을 유야무야 처리한다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그러했던 것처럼 비록 지금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국민 대다수의 심각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정부는 사상초유의 국정원 대국민 해킹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대통령이 나서 사과하라. 2. 정부는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해 국민을 상대로 비열한 적대행위를 자행해온 책임자를 가려내고 그들에게 응분의 처벌을 가하라. 3. 정부는 국가정보원의 해체 등을 포함해 반국민적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조건을 마련하라.

2015년 7월 17일

교수학술 4단체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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