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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 엘리엇과의 ‘합병전쟁’에서는 이겼으나

입력
2015.07.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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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장기성장 지지한 주주들의 선택

투기자본 ‘작전’ 차단한 선례 남겨

사회에 빚졌다는 각오로 불신 걷어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추진해온 삼성과 반대 주주로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합병전쟁’이 삼성의 승리로 일단락 됐다. 어제 열린 삼성물산 주총에서 합병안은 참석 주식 69.53%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엘리엇은 주총 전 합병비율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국내의 반(反)재벌 정서를 자극하며 반대운동을 벌였으나, 찬성률로 보면 내국인 소액주주는 물론 외국인 주주들로부터도 외면당했다. 주총에서는 또 엘리엇이 제안한 현물배당안과 중간배당안도 모두 부결돼 엘리엇의 경영 간여 시도는 모두 무산됐다.

따지고 보면 이번 합병전쟁은 주주들에게 장기발전을 겨냥한 회사의 전략적 경영판단을 지지할 거냐, 아니면 단기 이익을 노려 회사와 다툼을 벌일 거냐는 중요한 선택의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가 장기 성장을 도모하려면 이익 배당을 유보하고라도 새로운 투자에 나서야 하고, 단기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회사와의 합병도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엘리엇은 어떤 경우라도 주주의 이익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펴면서 삼성물산의 발목을 잡았던 셈이다. 주주들은 이번 주총에서 엘리엇 대신 회사의 장기 발전을 지지함으로써 우리 산업현장에서 월스트리트식 약탈적 주주자본주의의 횡포 가능성을 차단하는 선례를 남겼다.

합병안이 통과하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각각 10.39%, 7.73% 급락하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단기 주가 등락은 합병전쟁으로 인한 주가 거품의 해소일 뿐이고, 장기적으로는 통합 삼성물산이 건설과 패션, 바이오 부문 등에서 시너지를 일으키며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삼성그룹 지배구조도 그 동안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가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ㆍ삼성전자’로 단순화하게 됐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합병으로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5%를 확보함과 동시에 통합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를 통해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함으로써 경영권 승계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다행히 삼성은 합병안 통과로 급한 불을 끄게 됐지만 남은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엘리엇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삼성물산 지분을 털어내는 대신 계속 주주로 남아 합병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연한 시비가 이어지지 않도록 마무리를 잘 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노린 외국 투기자금의 ‘작전’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경영권 보장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경영권 안정장치를 보강해주되 공정납세를 강화하는 등의 사회적 거래도 검토할 만하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새삼 드러난 경영권 승계과정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어떻게 해소할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총수 일가를 정점으로 한 취약한 지배구조를 보강해 장기적으로 기업경영의 안정성을 높일 대안도 차제에 적극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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