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에 있는 휴양지 발로리스의 리비에라 해변을 놓고 피서객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이 소송전을 불사하며 다투고 있다. 사우디 왕족이 올해 여름 휴가를 이 해변에서 보내기 위해 다른 피서객들의 입장을 전면 금지하자, 프랑스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
17일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사우디 살만 왕족은 올해 여름을 리비에라 해변에서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피서객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해변 주변에 철조망을 치고 있다.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는 여성이 몸을 드러내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 수영복을 입거나 나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프랑스 피서객들이 자신들이 소유한 해변에 입장하는 것을 막아 사우디 왕족의 품위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지중해 연안을 잇는 리비에라 해변은 아름다운 경관과 좋은 기후로 유명하며 유럽 최고의 관광지 중 한곳으로 꼽힌다. 사우디 왕족은 약 20년 전에 리비에라 해변의 땅을 매입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자국법에 해변에 피서객의 입장을 금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한다. 또 사우디 왕족이 자신들만을 위한 편의시설을 만들기 위해 해변 모래사장 위에 시멘트를 부어 평평한 바닥을 만들고 있는데 이 역시 엄연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지역 주민 다니엘 길레미놋은 “지난 10일 오후쯤 해변으로 인부들이 몰려오더니 갑자기 시멘트를 붓기 시작했다”며 “공사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이 프랑스의 아름다운 해변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시민단체인 발로리스 환경보호연합의 블랜딘 애커맨 회장은 사우디 왕족이 리비에라 해변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준비 중이다. 애커맨 회장은 “사우디 왕족은 해변을 자신들의 소유물로 여기고 마음껏 유린하고 있다”면서 “여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닌 프랑스이고 우리는 이 아름다운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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