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많은 고민 중 가장 난감한 게 양자택일의 순간 아닐까.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콜라냐 사이다냐에서부터 이별이냐 재회냐 돌진이냐 포기냐 하는 상황까지. 그렇지만 결정은 늘 단순하고 분명한 게 좋다고 믿는 편이다. 결과를 먼저 생각하고, 그로 인한 득실을 오래 따지다 보면 본의와 다르게 더 큰 고민거리를 껴안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의 기질이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내 경우 장고 끝은 대개 악수일 때가 많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후회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면 어느 쪽이든 빨리 선택하는 게 좋다. 그렇게 어느 한편을 정리하고 나면 결과에 따른 후회마저 재산으로 여겨질 때가 있다. 관건은 특정 상황 앞에서 적극적으로 마음을 움직여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결과를 냈다는 데 있다. 그러고 나면 그 ‘다음’이 생긴다. 원했던 바든 그렇지 않았던 바든, 그 다음이 있다는 건 그만큼 변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고, 변화가 생긴 이후엔 상황도 나도 다른 방향에 놓이게 된다. 지지부진한 자리에 가시방석 깔고 앉아 오래 버텨봤자 돌아오는 건 자중지란과 자괴뿐일 수 있다.
사무엘 베케트가 ‘문학은 더 잘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한 걸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다고 여긴다. 실패는 두려워할 게 아니다. 더 빨리 실패하고 더 먼저 일어나는 게 중요할 뿐, 빠르고 분명해서 더 여유로울 때가 가끔은 있는 거라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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