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모 방송 강연프로그램 출연 제의를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 왔고, 어떤 계기로 요리를 하게 됐는지에 대해 강연을 해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잠시 생각하다 승낙을 하고 오늘(7월 15일)에 촬영을 마쳤다.
지금껏 살면서 크게 3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첫 번째는 고 3때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대 성악과를 선택했을 때, 두 번째는 미국 유학시절 곽경택 감독을 만난 것이다. 곽 감독과 친구로 지내다가 그의 단편영화에 출연한 계기로 장편데뷔작인 ‘억수탕’까지 출연하게 됐고, 청룡영화상 남우조연 후보로 올라가면서 얼떨결에 배우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요리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무작정 SNS에 내가 만든 음식 사진을 올리던 것이 세 번째 터닝 포인트가 됐다. 또 앞으로 어떤 계기로, 어떤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오직 하느님만이 아시겠지) 오늘은 3번째 터닝 포인트가 어떻게 해서 이어졌는지를 얘기할 생각이다.(음식 칼럼이니까 ㅎㅎ)
영화 ‘친구’ 이후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을 했지만 계속되는 흥행 부진과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일이 줄어들었다. 집에서 빈둥거리는 시간이 많아질 때 쯤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예전부터 하고픈 일이 있었는데, 바로 요리에 관한 일이었다. 그 당시 개그맨 박수홍 씨가 진행하던 EBS ‘최고의 요리비결’ 같은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었다. 당시엔 요리 프로그램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또 어떻게 요리 프로그램을 시작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매니저가 없었다. 지금도 없지만). 그래서 SNS에 내가 만든 음식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요리 자체를 즐겨하고 좋아하는 일이였기에….
그러기를 1년. 어느 날, 요리연구가 이보은 씨로부터 월간지에 ‘서태화의 남자요리’ 연재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게 됐다. 연재를 7개월 동안 하고 나니 내 인생 또 하나의 결정적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다. 바로 올리브TV ‘키친 파이터’. 연예인 요리 서바이벌이란 콘셉트로 우승을 하면 우승자 이름으로 된 프로그램을 런칭해 준다는 것이었다. 속으로 ‘야~ 올 것이 왔다’ 싶었다. 워낙 음식 하는 것을 좋아했고 손님맞이도 무수히 해왔던 나였다.
‘키친 파이터’ 첫 번째 미션은 자신의 시그니처 메뉴(대표 요리). 이때다 싶어 ‘광동식 우럭찜’을 요리하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바닷가에서 자라 생선손질에 자신도 있었고, 우럭찜으로 손님상을 수도 없이 차려봤기에 식은 죽 먹기였다.‘다른 사람들과 차원이 다르군요’라는 평까지 받으며 승승장구. 결국 1등까지 거머쥐며 ‘서태화의 누들샵#’이란 프로그램까지 마치고 나니 어느새 ‘요리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그때 깊이 깨달은 것이 ‘야~ 어떤 일로 인해서 사람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구나. 단지 요리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 다른 일들을 파생시켜 주는 구나. 뭐든지 하자’.
그때부터 요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드라마, 영화, 다큐, 교양 특히 음식 관련 일은 가리지 않고 다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하니, 하는 것마다 잘한다는 칭찬을 받고, 반응들이 아주 좋았다. 그러다 마침내 내가 의도 한건 아니지만 ‘쿡방’ 시대가 도래했고 내가 칼럼까지 쓰게 된 것이다. 참~ 인생이란 게 재미있는 것 같다.
오늘은 나에게 ‘제3의 터닝 포인트’가 됐던 그 메뉴 ‘광동식 우럭찜’을 같이 해보는 건 어떨까요?
배우 겸 요리사
광동식 우럭찜
재료
큰 우럭 1마리, 생강 2톨, 대파 2대, 마을 5개, 빨간 파프리카 1/4개, 카놀라유 100㎖
소스
간장 3큰 술, 굴 소스 1작은 술, 청수 1큰 술, 설탕 1큰 술, 생강 1톨 채 썬 것, 치킨스톡 큐빅 1개, 물 150㎖
조리방법
1. 우럭은 내장과 비늘을 제거하고 등지느러미 양쪽에 칼집을 어슷하게 넣는다.
2 .생강 2톨을 편 썰고 1톨은 채 썬다. 마늘은 편을 썬다. 대파 흰 부분 1대는 4cm 길이로 토막 썰어 반으로 썬다. 나머지 대파 1대는 흰 부분만 가늘게 채 썬다.
3. 우럭을 접시에 담고 토막 썬 대파와 편으로 썬 생강, 마늘을 올려 찜통에서 15분 정도 찐다.
4. 3의 우럭을 찌는 동안 팬에 소스 재료 넣고 한소끔 끓인다.
5. 찐 대파와 생강, 마늘은 걷어내고 찐 우럭을 꺼내 완성접시에 담아 채 썬 대파를 우럭에 올린다.
6. 4의 소스를 우럭에 뿌리고 식용유를 뜨겁게 달궈(170도~180도) 우럭 위에 있는 대파에 뿌린다.
TIP. 생선에 비린내가 날 경우엔 찌기 전에 뜨거운 물을 뿌려 한번 씻어주고 찌는 것이 좋다.
※ 당시 키친 파이터에서의 영상을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가장 비슷한 영상을 함께 붙였으니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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