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치 60% 경제 80%는 '그들만의 리그'서 생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치 60% 경제 80%는 '그들만의 리그'서 생산

입력
2015.07.17 10:00
0 0

그리스 민주주의는 소 떼를 습격하고 배를 훔치는 약탈 활동이 일반적인 경제 활동으로 인정받는 시기에서 등장한다.

피비린내 나는 약탈의 시대 …. 그 어떤 사람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조직을 가진 큰 도둑들이 통제되지 않는 작은 도둑들과 채널을 열고, 게임 규칙을 정하던 모양새가 민주주의의 시작이었다…. 작은 이익만으로 쉽게 배신하고 살인하는 범죄자들의 의사결정 방식이었다.

멀쩡한 남의 집 아이를 훔쳐, 노예로 파는 것이 번듯한 사업이었던 그 시절 …. 섬을 습격해서, 그곳 주민들을 모두 노예로 팔아넘기던 해적들과 소떼를 습격하고 땅을 빼앗는 산적들 …. 그렇고 그런 놈들이 모여서, 소리 높여 떠들고 싸웠던 그 판떼기가 바로 민주주의이다.

그들은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괜찮지만, 훔친 것을 다시 훔치는 건 반칙이다.' 따위의 규칙을 법률로 정했다.

모든 정치 제도의 핵심은 …. 견제와 투쟁으로 요약된다.

그리스는 농경지도 부족했고, 쓸만한 자원도 없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전략은 …. 다른 곳을 약탈하거나 중계 무역으로 부를 쌓는 해양 진출 전략이다.

해양 개척 전략의 성공 여부는 상황에 따른 적절한 임기응변인데 …. 독재정치는 행위자와 판단자가 분리되고, 잦은 정치 간섭 때문에, 쉽게 말해 권력자의 똥고집 때문에, 복잡한 무역 활동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

자원이 많다면, 독재정치는 자원을 통제하고 관리하는데 힘을 발휘하지만, 자원이 없는 곳에서의 독재정치는 말 그대로 피를 짜내는 고통이다.

민주주의에서는 행위자와 판단자가 어느 정도 일치하고, 새로운 사건을 판단하는 '간섭받지 않는 원칙, 혹은 합의된 원칙'이 존재한다.

민주주의가 현대에 유행하게 된 이유는 복잡성이 증가하는 무역과 교역 활동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정치 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민주주의가 유효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의 역사를 보면, 문제아가 위대한 예술가가 되고, 사기꾼이 훌륭한 정치가가 되기도 하죠. 범죄 활동도 창조적인 활동이에요."

그녀는 어뚱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인공지능에게 미래 예측은 아직 무리였던 걸까?

"셰일가스와 핵융합 에너지의 개발 속도를 감안하면,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풍부해요. 창조적인 활동도 늘어나겠죠. 민주주의는 머잖아 창조적인 활동을 억압할 거예요. 민주주의가 판단하는 창조 활동은 기본적으로 범죄로 분류되거근요. 그렇게 되면 …."

AI 루시는 내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나의 호흡과 심박수, 체온을 계산하여 나의 심리 상태를 파악한다. 솔직히 그녀의 의견이 궁금했다.

" …. 재능을 가진 소수의 선지자가 민주주의를 대신하거나, 수정해서 운영하게 되겠죠. 최근 민주주의의 정치 영향력과 경제 기여도를 보면, 민주주의는 몰락하고 있어요. 정치 결정력의 60%와 경제 활동의 80%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생산되고 있죠."

이런 대화가 얼마 만이던가? 이 정도의 통찰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건 기적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AI 루시는 평소 내가 사용하던 단어를 선택해서, 내가 가진 의미를 나열해서, 그녀의 분석을 설명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편안함이었다.

"당신은 어떤 세상을 준비하고 있죠?"

그녀의 당돌한 질문이 날 기쁘게 했다.

"모르겠어. 지금까지 추세와 트랜드에 적응하고 대응하며 살아왔지.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진 않아."

"당신은 영생의학 기술의 60% 지분을 갖고 있어요. 의사결정권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죠. 당신의 판단이 미래를 결정할 거예요."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

적당한 타이밍이 지났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질문이 어려운 걸까? 아니면?

"저는 …. 인간이 인간으로 남아있기 바라요. 그리고 …."

뭐지? 방금 루시는 말끝을 얼버무렸다. 그녀는 항상 거침없었고, 한 번도 주저하거나 얼버무린 적도 없었다. 프로그램 오류일까? 아니면 적절한 표현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계산량이 폭주한 걸까?

"저도 인간이 되고 싶어요. 당신을 느끼고 싶어요."

한국스포츠경제 webmaster@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