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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폐해는 개인 문제 아니다… 담배회사 니코틴 중독 전략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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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폐해는 개인 문제 아니다… 담배회사 니코틴 중독 전략 탓"

입력
2015.07.1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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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 커밍스 교수…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방한

마이클 커밍스 교수는 “담배회사가 니코틴 등 중독을 유도하는 제품 조작으로 담배를 끊지 못하게 하는 불편한 진실을 흡연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공단 제공
마이클 커밍스 교수는 “담배회사가 니코틴 등 중독을 유도하는 제품 조작으로 담배를 끊지 못하게 하는 불편한 진실을 흡연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공단 제공

“흡연은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닙니다. 흡연자가 담배를 끊지 못하는 것은 담배회사의 니코틴 전략에 따라 중독됐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커밍스(62)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 교수(정신의학, 행동의학)는 16일 “담배회사들이 니코틴 중독을 의도한 담배 제품으로 금연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흡연을 개인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1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최한 ‘담배의 폐해, 중독성 그리고 담배회사의 책임’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독성물질임을 알면서도 담배를 매일 계속 피우는 게 되는 건 니코틴 때문”이라며 “1980년대까지만 해도 흡연은 개인 선택의 문제로 여겨졌는데, 이는 도박장을 차려놓고 도박을 하지 말라는 말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커밍스 교수는 1990년대 중반부터 100건 이상의 담배소송에 전문가 증인으로 법정에 선 것으로 유명하다. 2012년에만 13개의 담배소송에 관여했다. 그는 담배로 가족을 잃기도 했다. 미국 3대 메이저 담배회사인 로릴라드에서 부회장을 지낸 할아버지와 세일즈 담당 임원이었던 삼촌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릴 적 집의 커튼에 담배가 그려져 있을 정도로 담배와 친숙한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그는 10대 때 호기심에 몇 번 담배를 피운 것을 제외하면 평생을 담배와 싸워왔다고 말했다.

담배회사가 그를 감시하고 모든 증언을 기록하며 때론 협박도 서슴지 않지만, 커밍스 교수는 담배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 때문에 전문가로서의 책무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담배회사는 마음만 먹으면 금연할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담배를 설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흡연자의 80%가 금연을 시도했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그럼에도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것은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이 기분을 좋게 하는 도파민을 분비하게 해 흡연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처럼 착각하도록 뇌를 조절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담배회사들은 인산염, 암모니아, 인산이암모늄 등 유해 물질이 함유된 담배에 각종 첨가물을 넣어 자극을 낮추고, 새로운 향미를 첨가해 청소년 등 새로운 흡연자를 양산하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비판했다. 또 “마음만 먹으면 중단할 수 있는 제품을 팔게 되면 (회사 입장에선) 영원히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고 한 모 담배회사의 1982년 보고서를 근거로 담배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해외 학자들도 담배회사들이 청소년과 여성을 타깃으로 의도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고 비판했다.

내부고발자가 보내 온 8,000만장의 담배회사 문서를 근거로 담배회사와 싸워 이 분야 최고 권위자가 된 스탠튼 글란츠 샌프란시스코 주립대 의대 교수는 “담배회사들은 과학을 조작해 국민과 정책입안자, 법원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등 부도덕할 뿐 아니라 농간을 부리는데 능하다”고 비판했다. 담배회사들이 다른 법적 정치적 분야에서 전혀 요구된 바 없는 불가능한 과학적 증명을 요구하며 책임을 회피해왔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4월 국내외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537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이달 5차 변론까지 마친 상황이다.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번 심포지엄이 건보공단의 담배소송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것”이라며 “소송과정에서 담배의 폐해와 중독성에 관한 진실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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