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주가가 2조원대 손실 은폐 의혹 속에 폭락한 가운데, 사태 직전까지도 매수 위주의 투자의견을 제시해온 증권사들의 ‘부실 보고서’에 비난이 쏠리고 있다.
16일 한국일보가 올해 한 차례 이상 대우조선 주가를 전망한 21개 증권사의 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이날 현재 13개 증권사가 사실상 매도를 뜻하는 ‘중립’ ‘평가보류’ 의견을, 8개사가 매수 의견을 각각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회사가 대규모 손실을 숨겨왔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13일 이전에는 매수 의견을 밝힌 증권사 수가 무려 15곳이었다. 1올해 내내 대우조선 주식을 사라고 권유해온 이들 증권사의 절반가량(7곳)이 사태가 불거지고 나서야 서둘러 투자의견을 부정적으로 바꾼 것이다. 전날 하한가로 내려앉았던 대우조선 주가는 이날도 6.5%(570원) 떨어지며 8,180원으로 마감됐다.
대우조선이 손실을 감춘 정황을 감안하더라도 해당 증권사들이 부실 징후를 감지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투자 권유를 해온 행태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시장에선 조선업계의 회계 관행을 지적하며 대우조선의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의심이 일찍부터 파다했다. 그럼에도 대우조선이 경쟁사보다 월등한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지난 3월 13개 증권사 중 12곳이 주식 매수를 추천했고, 433억원 적자로 돌아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5월에도 15개 증권사 중 중립 의견을 낸 곳은 2곳에 불과했다.
신용평가사들도 뒤늦게 대우조선 신용등급을 강등하며 ‘뒷북’에 가세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대우조선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내렸고, 한국기업평가 역시 이 회사 기업어음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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