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시도한 아버지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10대 아들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선처를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는 존속상해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A(19)군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군은 올해 3월 집 안방에서 장롱에 줄을 묶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아버지를 발견하자 아버지를 안아 올린 뒤 바닥에 그대로 내동댕이쳤다. 하지만 아들은 “죽게 내버려 두라”는 아버지의 말에 이성을 잃고 3~5분간 발로 마구 찼다. A군은 아버지의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자 119에 신고했고 그날 자정 무렵 아버지는 숨을 거뒀다. 갈비뼈 12대가 부러진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검찰은 “아버지를 죽였다”는 A군의 진술과 검안보고서, 사망진단서 등을 근거로 그를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15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아버지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갈비뼈 골절의 원인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A군의 국선변호인은 “A군이 목을 맨 아버지를 내리는 과정에서 당한 충격 등 다른 이유로 갈비뼈가 부러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은 사망 원인을 밝히는 데 있어 핵심 근거인 부검감정서가 기소 한 달이 지난 4월말에야 제출된 점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은 9명 중 2명만이 존속상해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변호인 측 손을 들어준 배심원 1명은 존속상해 혐의, 나머지 6명은 그보다 처벌 수위가 낮은 존속폭행 혐의만 인정했다. 재판부도 “A군의 폭행과 아버지의 사망 원인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배심원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부검감정서가 늦어져 기소 이후에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이번 사건은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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