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카첸버그·퀸시 존시 등
이 부회장 화려한 해외인맥도 자랑
“CJ와의 협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드림웍스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키 리와의 좋은 관계가 큰 도움이 됐다.”
2013년 10월 한국을 방문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 SKG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카첸버그는 기자들과 만나 미키 리를 유난히 강조했다. 미키 리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영어 이름이다. 미키 리는 이 부회장의 화려한 해외 인맥을 상징하며 CJ그룹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브랜드 역할도 한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유학시절 미국에서 태어나면서 미키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버드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삼성전자 아메리카사에 근무할 때 그는 이 이름으로 인맥을 쌓았다. 1995년 드림웍스와 투자 협상이 타결된 뒤 해외에서 그는 삼성가의 이미경이 아닌 미키 리로 알려졌다.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 카첸버그와도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스필버그와는 하루 5시간만 자며 일에 몰두한다는 공통점이 통해 돈독한 사이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와 만난 뒤 존스와 한국 가수들의 가교 역할도 해오고 있다.
영화계에선 미키 리가 품질보증마크로 통했다. 이 부회장은 세계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나 해외합작 영화에 ‘프로듀서 미키 리’로 이름을 올렸다. 미키 리가 크레딧에 포함되면 CJ가 자신 있게 내놓은 작품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과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설국열차’(2013)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미키 리의 이름이 붙지 않으면 영화계에서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다. CJ E&M 관계자는 “미키 리 크레딧은 이 부회장이 해외 지인들에게 자신이 인정한 작품이라고 알리는 역할을 했다”며 “이 부회장의 해외 인지도를 활용할 만한 영화들에 주로 이름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국열차’를 마지막으로 미키 리의 크레딧을 볼 수 없다. 이에 대해 해석도 분분하다. CJ의 해외 진출이 안정화 단계에 올랐다는 방증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속 여파라는 주장도 있다. 이 부회장이 동생인 이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 전반에 신경을 쓰면서 미키 리의 활동이 일시 중지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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