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자위권 확대 관련 법안
연립여당, 중의원 단독 가결
日 전역선 반발시위 확산
"외조부 전철… 아베의 독배" 평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치생명을 내걸고 추진하고 있는‘전쟁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를 7부 능선까지 밀어붙였다.
자민당은 전날 중의원 안보법제특위에서 집단자위권 확대 관련법안을 일방 처리한 데 이어 16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표결, 찬성 다수로 가결시켰다. 그러나 국회주변엔 6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운집하는 등 반발시위가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어 아베 정권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연립여당(자민당ㆍ공명당)이 이날 자위대법개정안 등을 단독표결하기 직전 민주ㆍ유신ㆍ공산ㆍ사민ㆍ생활당 등 5개 야당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는 반대토론자로 나서 “국민 8할이 정부설명이 부족하다고 하고, 과반이 위헌이라고 보거나 법안에 반대한다고 답하는 와중에 강행처리하는 것은 전후 일본 민주주의의 큰 오점”이라며 법안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연립여당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9월27일전까지 참의원에서 최종 통과시킬 방침이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엄중해지고 있다는 인식 속에 일본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전쟁을 미연에 막기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이라며 “국민에게 정중히 설명하겠다”고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베 정권이 거센 반대여론을 정면돌파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지지율 하락 등 정권의 향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5일 도쿄 국회의사당 주변에는 전날의 2만명 보다 훨씬 불어난 6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여든데다 교토, 나고야, 히로시마, 삿포로 등 전국에서 반대시위가 힘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가 ‘독배를 든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현재 상황이 55년 전 그의 외조부가 겪은 ‘안보투쟁’과 판박이란 점이다. 1960년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는 미일공동방위를 명문화한 ‘미일 신(新)안보조약’비준안을 강행 처리해 일본이 냉전에 가담할 빗장을 열었다. 이에 전국적인 정권타도 안보투쟁으로 기시 내각은 7월15일 총사퇴했다. ▦미일간 이해관계 일치 ▦“일본을 다시 전쟁위기로 내몰고 있다“며 국회를 에워싸는 평화진영의 시위 ▦내각의 일방적 강행 등이 ‘데자뷔’라 불릴 만큼 당시와 흡사하다.
당장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 최근 주요언론 조사에서 아베 정권 지지율은 38%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12월 3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반대가 지지보다 많은 건 처음이다. 이는 9월25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선거 전망도 불투명하게 만든다. 현재는 대항마가 없지만 자민당 내 온건파 의원모임이 활동 중이어서 반대여론이 커지면 아베를 위협할만한 흐름이 조직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일본의 집단자위권 현실화는 한반도 안보와도 직결된다. 당장은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후방기지 역할을 강화시키지만, 장기적으론 일본의 재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엔 한국측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성 강화는 물론 자위대의 북한지역 진출시 한국정부의 동의까지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우리 외교ㆍ국방당국의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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