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지갑에 손을 댄 아들을 훈육하기 위해 장난감 골프채 등으로 수 차례 체벌한 40대 아버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아버지는 훈육 목적의 체벌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체벌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을 만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진세리 판사는 아들을 상습적으로 체벌한 혐의(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홍모(42)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재판부는 보호관찰과 가정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홍씨는 올해 1월 12일 아들(12)이 자신의 지갑에서 몰래 돈을 꺼내 간 사실을 알게 됐다. 화가 난 홍씨는 집안에 있던 사기 밥그릇으로 아들의 뺨을 2차례 때리고 손으로 등을 3차례 내리쳤다. 일주일 후 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 아들이 거짓말까지 하자 화가 난 홍씨는 아들의 뺨을 손으로 2차례 때렸다. 하지만 다음날에도 아들이 지갑에 손을 대놓고 자신의 잘못을 잡아떼자 홍씨는 몹시 격분했다. 홍씨는 아들에게 ‘엎드려 뻗쳐’ 자세를 하도록 시킨 뒤 플라스틱으로 된 길이 50㎝길이의 장난감 골프채로 아들의 등을 10차례, 엉덩이를 20차례 때렸다. 3번의 체벌로 아들은 얼굴과 엉덩이, 등에 커다란 피멍이 들었고 이를 본 홍씨 전 부인의 신고로 홍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서 홍씨는 “아들을 훈육하려고 가한 체벌이기에 정당한 행위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 교정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었고 물리력 행사의 방법과 정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만한 타당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다만 초범이고 체벌에 교육적 목적도 있었다고 보이며, 전처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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