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의 큰 기대와 관심 속에 막내 구단으로 첫 발을 디딘 kt의 4월은 잔인했다. 한 달간 올린 승수는 고작 3승. 우려대로 '동네북' 신세였지만 개막 11연패에 빠지는 등 무기력한 상황은 예상보다 더 심각해 '시즌 100패' 위기설까지 대두됐다.
조범현(55) kt 감독은 개막 첫 2연승을 올린 뒤 다시 패배해 2승12패가 된 4월15일 '단짝' 황병일(55) 2군 감독을 1군 수석코치로 불러 올렸다. 2011년 KIA에서 감독과 수석코치로 호흡을 맞춘 후 4년 만의 재회였다. 이후에도 부진은 계속돼 4월까지 22패를 당했지만 조 감독은 황 코치의 손을 더 굳게 잡았다. 그리고 16일 2015시즌 전반기가 종료된 시점에서 kt는 최하위의 순위는 변함 없지만 전혀 다른 팀으로 환골탈태했다.
조 감독과 황 코치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다. 조 감독이 SK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05년 황 코치가 SK의 타격코치로 합류하며 첫 호흡을 맞췄다. 황 코치가 '조범현 사단'이 된 결정적 계기는 KIA에서의 재회였다. 조 감독이 2007년 KIA 사령탑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황 코치를 다시 불렀고, 2009시즌 황 코치는 타격코치를 맡아 팀 우승을 도왔다. 그 해 홈런왕에 오른 김상현은 조범현-황병일 콤비가 길러낸 최대 성과로 꼽힌다. 황 코치는 이듬해 KIA의 수석코치가 됐다.
조 감독이 아버지와 같은 강인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면 황 코치는 어머니와 같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수, 코치들과 감독간 가교 역할을 한다. 타자를 육성하는 능력도 충분한 검증을 받았다. 선수들 구성도 황 코치의 수석코치 승격에 영향을 미쳤다. 김상현뿐 아니라 박경수 등도 과거 황 코치와 타격코치-선수로 동고동락했던 사이다.
조범현 감독은 한 번 믿은 선수에게는 끝까지 기회를 준다. KIA 감독 시절 김상현이 그랬다. 막내 구단 kt엔 더욱 필요한 리더십이었는데 박경수가 마침내 화답했다. 조 감독이 말없이 지켜 본다면 황 코치는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세심한 조언을 아까지 않는 스타일이다. 황 코치는 "그 동안 선수들이 힘들게 뛰었다. 이제는 질책보다 격려가 늘었다"면서 "강팀을 잡으면서 선수단 분위기도 밝아졌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 팀은 만들어가는 과정이기에 순위나 다른 팀 경기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감독과 황 코치는 1960년생 동갑내기에 고향도 가깝다. 조 감독은 대구 출신으로 충암고와 인하대를 거쳐 OB, 삼성, 쌍방울에서 코치를 지낸 뒤 SK와 KIA, kt에서 사령탑을 역임했다. 황 코치는 포항 출신으로 경북고와 건국대를 졸업하고 1983년 프로에 데뷔해 삼성(83~85년)과 빙그레(86~90년)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은퇴 후에는 빙그레, 한화, LG, SK, KIA에서 코치로 활약했다.
세 번째 같은 팀에서 감독과 코치로 한 배를 타고 있는 조 감독과 황 코치의 찰떡 궁합은 kt 상승세의 원동력이다.
사진=kt 조범현(왼쪽) 감독-황병일 수석코치.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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