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어수선하다. 조대현 사장이 14일과 15일 연이어 ‘징계성 인사’와 ‘언론노조 집행부 중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KBS는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이사진의 교체를 앞두고 있고 11월 조 사장의 임기도 끝나는 시점이어서, 조 사장이 “연임을 위해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조 사장은 15일 지난해 KBS 노동조합(1노조)과 새노조가 투쟁할 당시 길환영 전 사장 출근 저지에 나섰던 새노조 구성원 9명에게 정직 및 감봉을 내렸다. 권오훈 위원장 등 집행부 5명은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이 세월호 참사 보도에 청와대 개입을 폭로한 후 KBS 노조가 길 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일어난 물리적 충돌에 대해 1년이 지나서야 징계한 것이다.
14일에는 11명의 간부급 인사를 내며 이 중 4명을 평기자로 발령냈다. 이재강 국제부장과 용태영 국제주간, 송종문 디지털뉴스국장이 심의실 평기자로, 백진원 디지털뉴스부장은 라디오 뉴스제작부 평기자로 인사가 났다. KBS1 ‘뉴스9’에서 지난달 24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 정부가 일본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낸 책임자들이다.
KBS측은 징계성 인사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보도본부 간부를 평기자로 발령내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이미 보도 이후 지난 3일 ‘뉴스9’에서 반론, 정정보도를 내보냈고 9일에는 이인호 KBS 이사회 이사장이 긴급 이사회까지 소집하는 등 이상징후가 많았다.
KBS 새노조는 “명백한 징계성 인사”라며 “임기 만료 넉 달을 앞둔 조 사장이 연임 욕심으로 사장 선임권을 행사할 (이인호) 이사장에게 충성맹세를 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KBS기자협회도 “조 사장이 연임을 위해 청와대에 구애의 손짓을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16일 “공정방송과 방송의 독립성 요구를 외면한 김재철 MBC 전 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의 모습이 현 시점의 KBS와 정확하게 오버랩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새노조는 조 사장에 대한 불신임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고, KBS PD협회도 조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공영방송 사장은 공공성과 방송 독립성을 지켜내야 한다. 하지만 조 사장은 불명예 퇴진한 길 전 사장의 전철을 따르려는 듯 보인다. 다시금 KBS 이사진 선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되짚어볼 수밖에 없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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