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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음악 영재 단상

입력
2015.07.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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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남보다 악기를 쉽게 배우며, 학습 진도도 빠르고 음악이 유별나게 영근 아이들을 음악 영재라고 한다. 독보와 음감, 연주 해석에 이르기까지 이들에게 대부분의 음악 행위는 자연스럽고 쉽다. 그런데 이들의 재능이 기존 곡을 중심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쉽다. 왜냐하면 잠재되어 있을지 모를, 연주 이상의 창의성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 중 하나가 즉흥연주, 즉 악보 없이 체득 언어로만 자기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오래 피아노를 배웠지만 악보를 덮고 네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면 묵묵부답, 무기력하다. 많은 대가들의 음악을 경험했고 뛰어난 연주 기술도 갖추었으면서 왜 이들은 스스로 놀지 못하는 것일까? 악보대로 연주하는 것에 너무 길들여졌기 때문일까? 사실 윤리지침처럼 오선음에서 벗어나는 것을 절대 금함으로써 아이들은 악보에 매어있다.

악보를 벗어나는 것을 해법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탈이 주는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틀린 순간 그것은 큰일이지만 음악용어로도 해결이라고 하는 후속조치만 잘하면 음악은 새로운 가능성을 준다. 단 하나뿐인 정답 추구가 아닌, 빈도 높은 오답의 가능성 추구. 실수의 해법을 생각하고 성취하여 더 좋은 결과를 얻게끔 하는 것은 비단 음악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이러한 중에 아이의 상상력은 꽃피고 즉흥연주는 시작될 것이다. 베토벤이 훔멜 등 당대 작곡가들과 즉흥연주 겨루기를 통해 그의 우월성을 자랑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배우지도 않고 일정 수준의 창의적 재능을 보이는, 신동이랄 수 있는 영재도 있다. 악보 연주보다는 자기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며, 귀찮기 때문에 악보 적기보다는 직접 연주를 선호한다. 오로지 자력에 의해 주변 칭찬에 익숙해진, 자기 확신이 강한 이들 대부분은 외부 간섭을 싫어한다. 그러다 보니 그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처음 경이롭게 대했던 이들 행위에도 일정 선호 패턴과 행태의 한계가 있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고갈된 어휘와 상투적 어법으로 스스로 쑥스러워 한다. 이때가 영재의 미래를 결정짓는 진정한 능력이 발현되어야 할 때이다.

치명적인 함정. 여태 칭찬 들어온 성공적이며 익숙한 자기 방식에서 벗어나 자기 성장을 위한 새로운 자극, 가르침을 수용해야 할 때로 좋은 선생과 주변 영재 친구와 같은 환경이 필요한 때이다. 타고난 재능 이상으로 배울 줄 아는 것도 큰 능력이며 재능이다. 평범했던 주변 친구들이 교육을 통해 능력을 성장시켜 갈 때, 자신에 갇혀 성장이 멈춰버린 영재. 어렸을 때 한 얘기를 커서도 하는 일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경우가 얼마나 흔하던가.

또한 자칫 영재는 재간꾼으로만 남을 수 있다.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그냥 하면 되요’가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 것인지’에 대한 사고 훈련이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이 자기 것을 객관적으로 보고 고칠 수 있으며 새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감정과 감동으로 기술과 기법 전수만이 아니라 감정과 감동을 느끼게 하는 교사가 영재에게 필수조건이다. 이로써 영재 재능은 격과 깊이를 더한다.

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한 신동, 모차르트. 그는 4세 때 그의 첫 작품 안단테(K. 1a)와 알레그로(K. 1b)를 작곡했고 여러 황족들 앞에서 바이올린과 건반악기를 연주했으며 첫 교향곡 작곡은 8세 때의 일이다. 교향곡에서는 아버지와 J. C. 바흐의 영향이 나타나는데 타고난 연주 재능과 더불어 주변 음악적 환경으로부터 늘 새로운 정보들을 취득해 학습하는 남다른 능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게다가 하이든의 언급처럼 세련된 취향이 그를 영재를 넘어선 위대한 음악가로 키웠다. 한마디로 그는 주변 정보를 취사선택하며 그 이상의 세련된 것으로 소화한 능력자였던 것이다. 우리 영재들의 자유로운 창의성을 위하여!

황성호 작곡가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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