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의 기원은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수 학자들은 중세의 영주들이 일부 상인들에게 독점권을 부여한 것을 프랜차이즈의 시작으로 보고 있으며, 오늘날과 같은 프랜차이즈 형태는 19세기 미국에서 등장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재봉틀 제조업자인 싱어(Singer)는 자신의 개량품이 많이 팔리지 않는 이유가 판매업자의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판매방식을 고안했다. 일부 판매업자와 독점 공급계약(license)을 하고, 그 대가로 받은 자금을 다시 판매업자 교육에 투입한 것이다. 이후 프랜차이즈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다른 사람의 자본을 결합시켜 사업을 빠르게 확장시킬 수 있는 경영방식으로 각광받으며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었다.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에 도입된 이래, 특히 외환위기 이후 소자본 창업 붐과 맞물려 서민들의 생계수단으로 단기간에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2014년 기준으로 등록된 가맹본부 브랜드 수는 4,288개, 가맹점은 19만여개에 이르고, 매출규모는 약 92조원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연매출이 각각 30조원, 46조원 수준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프랜차이즈가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프랜차이즈 사업이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온 것도 사실이다. 과장된 예상 매출로 계약자를 유인하거나, 계약 이후 인테리어 공사를 강요하는 행위, 기존 가맹점에 인접하여 새로운 가맹점을 개설하는 행위 등 일부 가맹본부의 불공정한 영업관행으로 다수의 가맹점사업자들이 고통을 받았고, 결국 이러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갈등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갑을’ 문제의 하나로 대두되었다.
이를 계기로 2013년 8월 가맹사업법이 대대적으로 개정되었다. 허위 또는 과장된 정보의 제공을 막기 위해 예상매출액 자료는 반드시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했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인테리어 공사 강요, 영업지역 내 신규 출점, 과도한 위약금 부과 등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최근 실시한 가맹실태 조사결과는 새로운 제도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음을 보여줬다. 인테리어 공사가 잦았던 패스트푸드 업종의 인테리어 비용은 평균 26% 감소했으며, 전체 업종의 위약금 부과액은 평균 33%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주요 업종의 가맹점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간담회에서는 가맹 계약 갱신을 조건으로 인테리어 교체를 강요하는 관행이 여전히 잔존하며, 계약에 근거 없는 판촉행사 비용이 전가되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었다. 공정위는 거래 당사자들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의 운영 실태를 계속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나가는 한편, 각종 불공정행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이를 시정해 나갈 것이다. 특히, 법망의 경계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가맹점 사업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를 집중 감시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작년 한 해 공정위 등 관계기관에 접수된 프랜차이즈 분쟁이 약 800건이 넘는 현실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간의 자발적인 분쟁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서로를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 불필요한 갈등과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막고,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에 힘을 쏟는다면 급변하는 프랜차이즈 시장의 승자로서 장기적인 상호 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정위도 가맹 분야에서 자율적인 공정거래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상생협약 체결을 유도하고 모범사례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기술개발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동시에 여러 브랜드가 치열하고 공정하게 경쟁해나갈 때,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이 소비자의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장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