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금통위원 강명헌 교수 지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2008~2012년 재임) 출신인 강명헌 단국대 교수가 한은 통화정책의 핵심 운용체제인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해 “유효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저물가 기조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라는 정책적 의미가 약화된 데다가 금융안정 효과도 저하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은이 1998년부터 3년 단위 물가관리 범위(현행 연 2.5~3.5%)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물가안정목표제는 올해까지 4년째 물가가 관리 범위 하단을 밑돌면서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16일 강 교수가 학술 계간 ‘한국경제연구’에 기고한 논문 ‘물가안정목표제의 유효성 연구’에 따르면 물가안정목표제의 물가 및 금융 안정 효과는 선진국보다 한국이 속한 개발도상국에서 상대적으로 컸지만 개도국에서도 그 효과는 2000년대 들어 서서히 떨어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급격히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1990년 뉴질랜드를 필두로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한 국가(30개국)의 거시경제 지표(물가, 금리ㆍ환율) 추이를 미채택 국가(75개국)와 비교했다.
논문에 따르면 물가안정목표제의 인플레 억제 효과는 2000년대 후반 들어 통계적 증거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미약해졌다. 강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ㆍ저물가 기조 정착,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등 막대한 유동성 증가로 인해 물가안정목표제의 유효성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명목 GDP 성장률을 안정 목표로 삼아 성장과 물가를 동시 관리하는 정책(명목 GDP 목표제) ▦물가안정목표제와 통화량 관리를 조합한 정책(통화량 관리 물아안정목표제) 등을 대안으로 소개했다. 강 교수는 “세계가 연동된 상태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통화량 관리가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평상시 기존 통화정책 체제를 유지하되 비상시엔 확장된 물가안정목표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강 교수는 금통위원 재직 당시 참여했던 태스크포스(TF)가 이번 연구의 모태가 됐다고 밝혀 한은 내부에서도 물가안정목표제 대안 마련에 관한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내년부터 새로 적용될 중기 물가안정목표 설정 작업을 진행 중인 한은은 그러나 현행 제도의 기본틀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은은 물가관리 대상 지표를 현행 소비자물가 대신 변동성이 덜한 근원인플레이션(농산물·석유류 제외 지수)으로 바꾸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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