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는 중고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주겠다고 속여 2,3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총책 최모(52)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인출책 최모(6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일당은 지난해 10월 피해자 박모(31)씨가 온라인 중고차 판매사이트에 자신의 산타페 차량을 2,300~2,600만원에 매물로 올려 놓은 글을 보고 그에게 접근했다. 최씨 등은 박씨에게 “친한 자동차 딜러를 통해 시세보다 300만원 정도 비싼 가격에 차를 팔 수 있게 해줄 테니 2,300만원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하자”며 “딜러에게 나와 친한 동생이라 하고 일단 내 계좌에 대금을 송금시키면 내 몫의 수수료만 챙기고 다시 송금해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가 말한 ‘친한 딜러’는 없었다. 이들은 또 다른 피해자인 중고차매매 딜러에게 전화해 “내 차를 시세보다 저렴한 2,300만원에 팔겠다”며 박씨와 딜러 모두를 속였다. 피해자들은 최씨 일당의 말만 믿고 직접 만나 매매계약서를 작성했고, 딜러가 대포통장에 2,300만원을 입금하자 최씨 일당은 이를 인출, 잠적했다.
억울하게 된 것은 박씨였다. 딜러가 “매매계약서를 쓴 것도 사실이고 입금도 했으니 차량을 가져가겠다”며 민사소송을 건 뒤 승소한 것이다. 경찰 조사결과 최씨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총 5명의 피해자로부터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등은 이렇게 챙긴 돈을 고급 승용차 구입과 유흥비 등으로 탕진했다. 특히 이들은 노숙자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의 한 다리 밑 하천 인근에 텐트를 치고 노숙자들에게 식사 등을 대접하며 선심을 베푼 뒤 범행에 사용할 대포통장, 대포폰을 확보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또 대부업체를 등록한 후 벼룩시장 등 생활정보지에 대출 광고를 해 이를 보고 전화한 신용불량자들을 유인, 통장과 휴대전화를 마련하기도 했다.
경찰은 최씨 등 4명 외에도 도주한 나머지 일당 2명의 뒤를 쫓는 한편 이들이 자동차 사기 외에도 대출, 인터넷물품, 보이스피싱 등 수십 건의 사기를 친 정황을 포착해 여죄를 추궁 중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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