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종 전 서울레저 회장 수족 노릇
친동생ㆍ처조카 줄줄이 유죄
피해자들 "이상종 사주 받은 범죄"
2000년대 초 ‘경매의 달인’ ‘경매9단’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다 사기꾼으로 전락한 이상종(58) 전 서울레저그룹 회장의 범죄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8년 관련기사 ▶ 경매달인, 수천억 부채 남기고 잠적)이 전 회장 본인이 기소된 사건은 아직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지만, 각종 범죄에서 그의 수족 역할을 한 친동생과 처조카 등에 대해 최근 잇따라 유죄가 선고됐기 때문이다.
15일 서울서부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의 친동생인 이모(50) 전 서울레저그룹 사장은 2011년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단지 내 쇼핑몰 주식을 넘겨 받는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양수대금 30억원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상대방 몰래 집어넣었다. 이들은 이 가짜합의서를 법원과 이사회에 제출하고 쇼핑몰의 공동 대표로 취임하고 경영권을 가로챘다. 법원은 지난 8일 사문서위조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사장과 김모씨에게 각각 징역 10월과 2년을, 이들을 도운 양모(54)씨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들은 이 경영권 탈취 사건도 당시 도피 중이던 이 전 회장의 사주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레저그룹 이 전 사장과 이 전 회장의 처조카인 고모(49ㆍ여) 전 회계부장도 최근 횡령 혐의로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 전 회장을 도와 회사자금 70억여원(고씨 횡령액수는 이중 67억여원)을 빼돌려 그룹 계열사의 은행대출금 이자 및 운영자금, 그룹의 사채이자 등에 충당했다. 법원은 지난달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사장에게 징역 4년, 고 전 부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당초 이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됐지만 법원은 이 전 회장의 사기 혐의에 대한 판단이 더 필요하다면서 사건을 분리해 미리 선고했다.
이 전 회장은 2000년대 초 대형건물을 싼값에 경매로 낙찰 받아 찜질방 등의 사업을 벌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한때 계열사 27개를 거느리고 자산이 8,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로 타격을 받자 자신이 세운 경매아카데미 수강생 100여명에게 받은 투자금 65억여원, 인천 주안동 I쇼핑몰의 임차인 보증금 8억원, 쇼핑몰 공사 하도급 업체로부터 받은 차용금 77억원 등 마구잡이로 돈을 끌어다 썼다.
그러다 2008년 9월 결국 부도를 냈고 6년간 도피생활을 하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에서 붙잡혀 구속됐다. 검찰은 당시 413억원 사기ㆍ배임과 189억원 횡령 등의 혐의로 이 전 회장을 기소했다.
피해자들은 수사로 드러난 이 전 회장의 범행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집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가 집을 날려먹고, 투자 실패로 이혼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며 “정작 이상종은 재산을 가족 명의로 빼돌려 아들은 일류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강남의 고급빌라에 사는 등 호화롭게 살고 있다”고 한탄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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