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동의 요청 광고 후 성원 늘어"
합병 성사 의지 보이며 배수진
국내 기관들도 1, 2곳 빼고 찬성
삼성그룹 사장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여부가 결정되는 삼성물산 주주총회(17일)를 앞두고 “플랜B(예비책)는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만큼 삼성 사장단은 퇴로가 없다는 생각으로 마지막까지 합병 성사를 위해 뛰기로 했다.
15일 삼성 계열사 사장들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수요 사장단회의를 갖고 합병 성사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주주들의 한표가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합병이 주주 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경영할 계획인 만큼 확신을 갖고 꼭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신문에 합병 동의를 요청하는 광고를 낸 이후 많은 주주들이 성원해 놀랐다”며 “경영자로서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삼성 측에 의결권 위임 의사를 밝힌 소액주주는 이전까지 400~500명이었으나 광고 게재 후 첫날 2,000명, 이튿날 3,500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관건은 주총 참석률이다. 현재 삼성에서는 주총 참석률을 최소 80%로 보는데 의결권을 위임한 사람이 모두 참석자에 포함돼 90%를 넘길 수도 있다. 김 사장은 “과거 (주총 참석률을) 65% 정도로 봤으나 지금은 더 높을 것으로 본다”며 “주총장에서 합병이 승인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0.34%를 보유한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 나머지 국내기관들도 1, 2곳 빼고 모두 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영 제일모직 사장은 “합병 무산에 대비한 플랜B는 없다”며 “국민연금이 좋은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고 다른 분들도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부 계열사 사장은 합병에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대해 “알박기 투기자본”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모 계열사 사장은 삼성이 애국심에 의존해 찬성을 호소한다는 지적에 대해 “애국심뿐 아니라 합병의 당위성과 연계효과, 전망을 근거로 설명 하는 것”이라며 “자본시장을 걱정하는 분들이 애국심을 많이 보는 것 같다”고 역설했다.
한편 엘리엇도 이날 공개 성명을 내고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에게 합병에 반대해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이 미래가치를 의도적으로 깎아 내리려는 시도를 그냥 두면 안된다”며 “개인주주, 기관투자자, 국민연금 모두 행동을 취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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