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지원 대상서 삼성서울 제외"
이종걸, 강기정 반발에 하루 새 번복
SOC 관련 예산 삭감도 마찰음
박준영 오늘 탈당 기자회견 한층 뒤숭숭
제1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내 크고 작은 갈등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을 놓고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신경전을 벌인데 이어 이번에는 이 원내대표와 강기정 정책위의장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혁신위원회가 ‘진보’ ‘중도우익’ 등 당의 정체성에 대한 혁신안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내홍의 파고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사건건 충돌
이종걸 원내대표는 15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어 직접 지원을 하기로 한 의료기관 중 삼성서울병원을 빼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병원을 포함한 의료기관 피해지원 금액을 4,9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강 의장을 포함한 당내 반발에 부딪치자 하루 만에 번복한 것이다. 강 의장은 앞서 9일 의원총회에서 삼성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료기관의 피해 지원 예산으로 3,000억원을 책정한 추경안을 보고했고, 언론에 발표했다.
이 원내대표가 한 발 빼기는 했지만 당내에서는 ‘강기정표 추경안’과 ‘이종걸표 추경안’ 등 서로 다른 추경안이 공존하는 기이한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우려하고 있다. 14일 ‘이종걸표 추경안’이 발표되자 강 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사회간접자본(SOC) 관련해서 당의 입장은 전액 삭감인데, (이 원내대표가) ‘재조정’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하더라”며 “의총까지 거친 당의 공식 입장을 후퇴시키며 흐트러뜨리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반면 이 원내대표 측은 “원내정책에 대해서는 누구든 원내대표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며 “당초보다 액수가 늘어난 것은 피해 상황이 업데이트 된 병원협회 측 자료를 참고했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두 사람의 냉랭한 관계는 이 원내대표 등 비주류 측이 지난 사무총장 인선 파동 와중에 문 대표가 임명한 강 의장의 교체를 요구하면서 예견된 바다. 두 사람은 앞서 9일 의총을 앞두고 열린 비공개 정책조정회의에서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지원비 산정을 두고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 당내 인사는 “정부, 여당을 상대로 치밀한 전략으로 협상에 임해도 될까 말까 하는데 정책위의장과 원내대표가 신경전을 벌이고 원내대표는 오락가락 행보를 계속하는 등 당 전체에 손해만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 중도개혁 당 정체성 놓고 갈등 폭발 가능성
한편 혁신위원회가 ‘당 정체성’을 주제로 한 혁신안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보’ ‘중도개혁’을 놓고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혁신위 관계자는 “당 정체성은 혁신위의 핵심 주제 중 하나라 신중히 논의 중”이라며 “특히 진보정당, 중도개혁 정당이라는 말이 우리당의 가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주류에서는 여전히 “혁신위원 중에는 친노·운동권 성향 인사들이 있는 만큼 기존의 중도개혁 노선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교동계 출신의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16일 탈당 기자회견을 할 것으로 알려져 새정치연합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최근 새정치연합 전 당직자들의 탈당에 이어 박 전 지사까지 막다른 선택을 하면서 연쇄 탈당 및 신당 창당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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