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경기 수원시 도심에서 40대 남성에게 납치돼 사라졌던 20대 여대생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15일 오전 9시45분쯤 평택시 진위면 복남리의 한 야산 끝자락에서 나뭇가지 등으로 덮여있는 여대생 A(22)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실종 33시간여 만이다. 발견된 A씨는 상의와 신발이 벗겨져 있었으며 전신에서 멍 자국이 확인됐다. 오른쪽 신발 한 짝은 유기 장소 인근에서 나왔지만, 상의는 경찰이 아직 수색 중이다.
경찰은 전날 오후 5시40분쯤 강원 원주시에서 목을 매 숨진 용의자 윤모(45)씨가 같은 날 새벽 0시쯤 A씨를 끌고가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하고 시신을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실어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16시간여 전이다.
살해된 A씨는 당시 술에 취해 수원역 인근 거리에서 남자친구(22)와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하던 상태였다. 이들을 본 윤씨가 “여자가 토했으니 물 티슈를 사와 닦으라”며 접근, 남자친구를 다른 곳으로 유인한 뒤 A씨를 500여m 떨어진 자신이 근무하던 건설회사의 건물 3층 남자 화장실로 데려가 범행했다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1시간여 지난 오전 1시18분쯤 남자친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이 화장실에서 A씨의 왼쪽 신발 한 짝과 손거울을 수거했고 내부 바닥 타일과 좌변기 등이 심하게 파손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건물 주변에선 A씨의 지갑과 휴대전화도 발견했다.
경찰은 또 윤씨가 A씨를 부축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A씨의 시신을 자신의 승용차 조수석에서 트렁크로 옮겨 싣는 장면, 윤씨의 승용차가 평택과 원주 등지로 이동하는 모습 등을 주변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해 확보했다.
윤씨는 성폭행 전과가 없는 직장인으로, 아내와 자녀를 둔 가장이었다. 윤씨는 A씨의 시신을 평택에 유기한 뒤 집을 두 차례 들러 옷을 갈아입고 나오면서 부인에게‘미안하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겼고 직장에는 법인카드 반납 의사도 내비쳤다. 원주로 이동하면서 범행 장소 주변을 찾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의 부검을 의뢰해 명확한 사인과 범행 동기 등을 밝히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용의자 윤씨가 숨져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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