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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메르켈 뚝심

입력
2015.07.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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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최근 지구촌의 비상한 관심사였던 그리스 구제금융협상과 이란 핵협상 타결 과정에서 존재감이 두드러지면서다. 그리스 구제금융협상에서는 강한 뚝심으로 강도 높은 개혁안을 관철시켰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연대와 타협을 주장했지만 ‘빚은 스스로 갚아야 한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협상장의 메르켈 총리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을 연상시킬 만큼 가혹했다.

▦ 그리스에 대한‘정신적 물고문’이란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 서슬에 국민투표 승리를 등에 엎고 벼랑 끝 전술을 편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는 더 혹독한 긴축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 미국 주도 이란 핵협상에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독일(P+1)이 참여했다. 이란 핵협상이 미국 보수강경파와 이스라엘 등의 반발로 결렬 고비에 처할 때마다 메르켈 총리는 대화 분위기 조성에 힘을 실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협상타결 감사 인사 대상에 당연히 메르켈이 빠지지 않았다.

▦ 이미 오래 전부터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은 ‘메르켈리즘’, 또는 ‘무티(Muttiㆍ엄마)리더십’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아왔다. 언론들은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 부드럽게 다른 의견을 포용하면서도 힘 있게 정책을 펴는 리더십”이라고 평한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무절제한 자본주의 폐해를 경계하는 따뜻한 보수주의자의 면모는 대처리즘과는 또 따르다. 물론 일각선 그에게서 마키아벨리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며 ‘메르켈벨리니즘’이라고 폄훼하는 견해도 없지는 않다.

▦ 국내외 무대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 리더십의 원천은 무엇인지 흥미롭다. 2005년 독일의 첫 동독출신 총리이자 첫 여성총리가 된 이래 3연임하며 80%를 넘나드는 지지도를 유지하는 건 경이롭다. 제2차 좌우 대연정을 이끌어내 안정된 정치기반을 구축한 덕분이다. 무엇보다 원칙과 신뢰를 중시하되 토론과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유연함도 갖췄다. 한 주부로서 동네 슈퍼에서 직접 저녁 장을 보기도 한다. 탁월한 능력에 더한 이런 평범함으로 국민에 깊게 뿌리를 내린 게 메르켈리즘의 비밀 아닐까.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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