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이제 보니 운명이고 팔자 같다."
배우 백승훈은 데뷔 8년 차로 차근차근 필로그라피를 쌓아가고 있다. 아쉬울 것 없이 성장해 유학까지 갔지만 또 다른 미래를 위해 다 접고 돌아왔다. 백승훈은 tvN 일일극 '울지 않는 새'에서 악녀 오현경의 남동생 역할을 맡아 얄밉지만 정이 가는 허당 캐릭터를 연기해오고 있다.
-'울지 않는 새"에서 오현경과 함께 나쁜 짓을 일삼는다.
"극중 수창은 누나 미자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나가 전남편이 일궈 놓은 회사를 가로채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동참하고 있다. 누나한테 조종당하면서 인간적 갈등을 겪는 점은 인간적인 모습을 설명하는 캐릭터라 생각한다. 정이 많고 허당이라 연기하는 재미가 있다."
-코믹 연기를 곧 잘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역할이다. 원래 성격은 좀 무거운 편인데 코믹 연기로 웃음을 주려고 일부러 유튜브 등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있다. 코미디는 대사 위에 흥을 덧입어야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악역을 소화하는 부담은 없나.
"수창이는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어렸을 때 자신을 지켜준 누나를 위해 모든걸 다하는 동생이다. 악의는 없는데 결과적으로 눈치 없이 상대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다. 초반에는 연기를 하는데 막힌 느낌이 들었다. 대사를 못살려 작가님께 사죄하기도 했다. 지금은 하나씩 풀어가는 단계다."
-호흡이 긴 일일극에 도전한 소감은.
"매일 매일 링에 오르는 권투 선수와 같다.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몸을 만드는 것처럼 최상의 마음 상태를 가지고 촬영 현장에 들어가려 한다. 처음에는 내 자신을 많이 가져가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대사에서 나오는 감정과 느낌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를 촬영하며 많이 변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왔나.
"연기할수록 나도 모르게 표현되는 것들이 있다. 파면 팔수록 연기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솔직히 이 드라마가 데뷔작 같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내가 참 편하게 연기를 해왔구나, 내가 과연 배우를 할 자격이 있을까' 의구심을 가지게 됐다. 백승훈이라는 배우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산파 같은 역할이다. 김평중 감독님은 내가 나아갈 길을 만들어주신 분이고."
▲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배우 데뷔의 계기는.
"2007년 캐나다 토론토 유니버시티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다 귀국했다. 연기가 뭔지도 모르고 흥미를 좆았다. 당시에는 연기를 배워보자 싶어 발을 디뎠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운명이고 팔자 같다."
-연기 활동은 어떻게 시작했다.
"2008년 '천추태후'로 시작해 '전우' '전설의 고향' 등에서 단역을 연기했다. 소속사 없이 혼자 드라마 캐스팅 디렉터들을 만났다. 그때의 인연으로 2011년 JTBC '여자가 두 번 화장할 때'로 첫 고정 출연했다. '투윅스' '엄마의 정원' 이번 '울지 않는 새'까지 감사하게도 비중 있는 역할들을 만나고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26세)에 시작했다.
"왠지 한국에서는 모든 일이 나이에 맞는 틀이 있는 것 같다. 맞다,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다른 친구들은 어린 나이에 경험을 많이 하는데 늦게 연예 활동을 시작해 조급함과 매일 싸우고 있다. 연기를 할 때마다 조급함이 생기기도 한다."
-오현경 김유석 이경심 등 쟁쟁한 선배들과 연기한다.
"극중 누나인 오현경 선배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다. 극초반 배우들이 가족이나 회사 동료 등으로 짝을 이뤄 다녔을 때 오현경 선배와 같이 연기하며 도움을 많이 받았다. 16년 만에 복귀한 이경심 선배는 이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존경심이 생긴다. 김유석 선배는 메소드 연기에 관한 조언을 많이 해준다. 수창이가 되는 순간에는 진심을 담아 연기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첫 부분에 깃털이 날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깃털 안에는 아주 작고 세밀한 날개가 있어 위치를 잡아준다고 한다. 살다 보니 나도 깃털처럼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있다. 배우라는 깃털이라도 어느 위치에서건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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