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선언서 서명 민족대표 33인에 서울 한신초 350여명 감사편지 써
통일 위해 1인당 1000원씩 기부도
“선생님들께서 어렵게 지켜내신 대한민국, 저희 후손들이 잘 지켜나가겠습니다. 더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저희가 노력하겠습니다.”
서울 한신초등학교 6학년 정윤서(13)양이 민족대표 33인에게 쓴 손편지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 곳곳에는 받는 이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움이 흠뻑 묻어났다. 5학년 때 수업시간을 통해 민족대표 33인을 처음 알게 된 후 늘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는 정 양은 “그 동안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어 아쉬워했는데 뒤늦게라도 편지글로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적었다. 정양은 이어 민족대표 33인이 지켜낸 대한민국을 잘 지키고 더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손편지를 마무리했다.
광복 70주년을 한달 앞둔 15일 한신초등학교 4,5,6학년 350여명이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에게 손편지를 썼다. 학교측와 사단법인 손편지운동본부가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는 학생들이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1명을 정해 독립선언서 서명 당시를 상상하며 그들의 행동에 격려와 함께 감사의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미 수업시간을 통해 민족대표의 존재와 업적을 배운 학생도 있었지만, 이날 행사를 위해 사전에 공부를 해온 학생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33인에 별도의 15인을 추가한 ‘민족대표 48인’이 존재하는 사실도 알게 됐다.
유가인(13)양은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천도교도로 동학혁명에 참가한 홍병기 선생에게 손편지를 보냈다.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일본인이 됐을지 몰라요. ‘모모코’와 같은 일본 이름을 쓰고, 일본 역사를 공부했을 수도 있을 거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선생님처럼 우리나라를 아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써 내려간 글에는 ‘나라를 잃는다’는 의미에 대한 소박하면서도 진지한 성찰마저 묻어났다.
학생들은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손편지 보내기 외에도 자신들의 용돈을 조금씩 아껴 1명 당 1,000원씩 통일을 위해 쓰이도록 기부도 했다. 황병무 교장은 “그 동안 아이들의 인성교육 차원에서 자체 우체국을 운영하며 손편지를 쓰도록 해왔다”면서 “이번 행사가 인성교육과 함께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역사교육도 될 수 있어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신초등학교는 올해부터 학교 내에 자체 우체국인 ‘새순 우체국’을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편지를 써 학내 우체통에 넣으면 집배원 역할을 맡고 있는 학생들이 편지를 배달한다. 주소가 적혀있는 편지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이 직접 외부 우체국을 통해 보내준다. 아름다운 편지 글에 대해서는 선발을 통해 시상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이번에 쓴 편지는 민족대표 33인의 이름과 태극기를 형상화해 만든 ‘태극기 우체통’으로 보내진다. 사단법인 손편지운동본부가 우정사업본부 후원을 받아 만든 태극기 우체통은 광복절을 즈음해 경기 양평군 양수리의 ‘편지 이야기관’에 둥지를 틀고, 민족대표 33인 등 독립운동가들에게 보내진 편지의 종착역이 된다. 손편지 이야기관에는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헤어진 연인 등 수취인이 없는 편지를 접수하는 곳이다.
이근호 손편지운동본부 이사장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신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민족대표 33인에 대한 감사의 편지 쓰기 운동을 벌일 예정”이라면서 “태극기 우체통 등 받는 이가 없는 편지들을 모아 향후 건립 계획인 ‘국민 편지 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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