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경계 무너진 가상과 현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경계 무너진 가상과 현실

입력
2015.07.15 17:44
0 0

2030작가 '뉴 스킨' '서머 러브' 展

가상공간 관념 내재된 세대

진짜와 더 진짜같은 가짜 등 표현

일민미술관 '뉴스킨'전은 현실과 3D 가상공간을 혼재시킨 영상 작품들을 전시했다. 강정석의 '가상 표면 B(Simulation Surface B)'는 주인공이 게임 속에 등장하는 3D 물체와 함께 번잡하게 움직이는 영상이다. 일민미술관 제공
일민미술관 '뉴스킨'전은 현실과 3D 가상공간을 혼재시킨 영상 작품들을 전시했다. 강정석의 '가상 표면 B(Simulation Surface B)'는 주인공이 게임 속에 등장하는 3D 물체와 함께 번잡하게 움직이는 영상이다. 일민미술관 제공

1970년대의 단색화, 1980년대의 민중미술처럼 같은 세대를 살았다는 경험 만으로 동시대 미술작가들을 사로잡는 경향성이 존재한다. 2010년대에 활동하기 시작한 20, 30대의 작가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인터넷이 일상에 침투하면서 ‘사이버스페이스’ 즉 가상공간이라는 관념을 내재화한 채 성장한 이들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감각을 드러낸 작품을 줄곧 보여준다. 서울 세종로 일민미술관의 기획전 ‘뉴 스킨’,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서머 러브’에서 젊은 작가들의 이러한 경향을 감지할 수 있다.

‘뉴 스킨’에 소개된 박민하의 ‘전략적 오퍼레이션’은 영화 ‘아이언맨’의 제작에 참여한 특수효과 전문회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에서 가상 전쟁 체험 프로그램을 관광 상품화한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사진작업을 주로 해오던 김희천의 영상 ‘바벨’과 ‘소울식’(2000년대 초 유행한 희귀 음원 공유 프로그램)은 3D 프로그램으로 모델링된 개체들을 영상에 결합시킨 작품이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후 현실을 3차원 데이터처럼 인식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강정석의 ‘가상 표면’은 2개의 영상으로 구성돼 있는데, 한 편은 지하철과 버스를 통해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이고 다른 한 편은 그 영상의 주인공을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필수요소(합성영상을 만들 때 소재로 자주 쓰이는 사람이나 물체)처럼 움직이게 했다. 현실과 가상공간 양쪽에 발을 걸친 젊은이들의 감각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이들 작품은 대부분 최근 등장한 소규모 독립 전시공간에서 먼저 선보인 것들이다. 박민하는 통인동 시청각에서, 김희천은 상봉동 반지하에서 시범 전시를 했었다. 강정석의 ‘가상 표면’은 아르코미술관 산하 대안공간인 인사미술공간에서 2014년 말 전시했다. 일민미술관의 전시는 이들의 성과를 한 자리에 모아 연결한 전시라는 의미가 있다. 8월 9일까지. (02)2020-2060

사진작가 박형렬의 '피겨 프로젝트-어스'. 땅 위에 가상의 구획을 설정하고 하늘 위에서 촬영한 작품으로, 자연에 인간이 개입해 영토를 그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송은문화재단 제공
사진작가 박형렬의 '피겨 프로젝트-어스'. 땅 위에 가상의 구획을 설정하고 하늘 위에서 촬영한 작품으로, 자연에 인간이 개입해 영토를 그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송은문화재단 제공

‘서머 러브’는 송은아트큐브를 거쳐간 젊은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은 그룹전이다. 송은아트큐브는 송은문화재단이 2010년부터 5년간 운영해 온 신진 작가들을 위한 대치동의 소규모 전시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총 32명의 작가를 16명씩 두 차례에 나누어 소개한다. 8월 8일까지 열리는 1차 전시에는 백승민ㆍ박형렬ㆍ박혜민 등이, 8월 19일~9월 19일 진행될 2차 전시에는 김진희ㆍ윤병주ㆍ이수인 등이 참여한다.

이 전시의 참여작가들은 가상의 국가, 가상의 여행상품 등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 보다 현실 풍자가 강하다. 백승민은 ‘디벨랜드’라는 가상의 국가를 상상해 글로 쓴 후 글 내용을 그려내는 방식으로 작품을 전개했다. 좌우대칭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그림 속 가상국가의 모습을 통해 억압된 현실을 유희적으로 풀어낸다. 디벨랜드는 디베르티멘토(희유곡)과 랜드(나라)를 합성한 말이다.

박혜민은 서울 시내에서 중국과 인도, 아프리카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지역을 촬영해 ‘중국 쑤이’ ‘인도 씨올라’ ‘아프리카 씨엘루르’라는 가짜 이름을 붙이고 가상 해외여행 상품을 만들었다. 여행상품을 풍자하면서도 한국 문화가 다국적화되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다. 사진작가 박형렬은 땅 위에 선을 긋거나 조형물을 설치한 뒤 하늘 위에서 촬영하는 ‘피겨 프로젝트’ 연작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인간이 설정한 토지 개념 사이의 충돌을 표현했다. (02)3448-0100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