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내놓은 해외자원개발사업 감사 결과는 역시 예상했던 대로다. 정부가 1984년부터 169개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35조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했지만 안정적인 자원을 확보하는데 실패, 엄청난 혈세를 낭비했다는 것이 골자다. 또 앞으로 사업유지를 위해서는 총 46조6,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야 하나, 일부 사업은 아예 정상추진이 불투명해 석유ㆍ가스ㆍ광물자원공사 등 3개 공기업의 경우 재무위기마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사업인 석유의 경우 최근 13년간 국내도입 물량이 지분 대비 0.4%에 불과해 국내 시장의 수급안정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국내도입조차 불가능한 10개 석유사업에 석유공사 총 투자비의 30% 가까운 5조7,000억 원을 쏟아 부은 일도 있었다.
한마디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묻지마 투자’였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이 엉망이 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자원개발에 집착한데다, 공기업들이 공공기관평가의 핵심인‘자주개발률’에 목을 매는 바람에 경제적 타당성은 무시한 채 지분참여를 통한 외형 확대에 주력한 탓이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들은 위험 요인을 축소ㆍ은폐했으나 이를 견제할 내부 통제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감사원 발표대로라면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재앙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해외자원개발사업은 투자 리스크에 비해 성공확률이 극히 낮다. 따라서 특정 정권 차원을 넘어 적어도 수십 년을 내다보고 사업성을 치밀하게 검토한 연후에 뛰어들어야 하는데도 자원 공기업들이 단기 성과에 집착하다 거대한 부실을 야기했다는 것이 이번 감사의 결론이다.
감사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을 수 없는 감사원 스스로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4월 감사에서는 석유ㆍ가스의 경우 자주개발률이 2003년 3.1%에서 2011년 13.7%로, 유연탄 등 5대 전략 광물은 2003년 18.2%에서 2011년 29.0%로 증가했다고 긍정 평가한 바 있다. 불과 3년 만에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 4대강 감사 때와 판박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문제가 없다”던 것이 박근혜 정부에서는“총체적 부실”로 바뀌는 방식이다. 번번이 ‘정치 감사’ ‘표적 감사’ 등의 비판에 휘말리는 이유다. 지난 번에는 2003년 이후로 조사기간을 한정했다가 이번에는 1984년 이후로 범위를 넓혀 잡은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항상 엄밀하고 공정해야 할 감사원의 잣대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갈대처럼 흔들려서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감사원부터 제대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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