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대 재현 위해 소품에 공들여
美 뒤져 링컨K 4000만원에 구입
대형 샹들리에 3개 5000만원 넘어
미술 제작비에만 35억원 투입
링컨K. 고(故)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전용차로 사용했던 1930년대산 세단이다. 이 차가 30년대 경성과 상하이를 무대로 삼은 영화 ‘암살’에 나온다. 극중 친일파 재력가 이경영이 타고 다닌다. 한국에는 없는 차다. 클래식카 전문가인 김남진 전 삼성화재 교통박물관 큐레이터가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 등 여러 지역의 수집가들을 수소문한 끝에 한국으로 공수해 왔다. 현지 구입 가격만 4,000만원. 30년대 일반인들이 타던 포드A 2대와 포드T 1대도 샀다. 차 4대의 운송비와 통관비로 1억원이 들었고,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지만, 국내에 없는데다 촬영을 하면 파손될 수밖에 없어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제작사 측의 말이다. 이 차들을 촬영장에 투입할 때는 클래식카 전문가를 섭외해 운영과 관리를 따로 맡겼다. 기름도 최고급을 썼다. 배우 못지 않은 특급 관리다.
22일 개봉을 앞둔 ‘암살’에서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만 주인공이 아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30년대산 차 20여대를 비롯해 시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 제작진이 각별히 신경 쓴 세트 및 의상이 주목을 받을 만하다. 미술 제작비로만 35억원이 투입됐다. 웬만한 한국 영화 한 편 제작비에 맞먹는 비용이다. 세트장은 약 2,000㎡(60만평) 규모로 중국 처둔에 세워졌고, 4,500여벌의 의상을 제작해 시대의 정서를 담았다. 극중 독립군 안옥윤을 연기한 전지현은 독립군이 실제로 썼던 127㎝ 길이의 장총(영국제 모신나강)을 써서 리얼함을 잡았다.
독립군 투쟁을 다룬 ‘암살’은 총격신이 많고 이 과정에서 소품들이 대부분 부서져 협찬을 받기 어려웠다. 직접 구입하거나 제작해야 해 제작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암살’프로듀서인 김성민씨는 가장 비싸고 고생스럽게 준비한 소품으로 샹들리에를 꼽았다. 당시 상류층의 욕망이 구현되는 장소였던 미츠코시백화점 천장에 걸어 둔 것으로, 지름이 2m에 달하는 대형 샹들리에다. 김씨는 “중국에서 공장도 가격으로 3개를 제작해 5,000만원이 넘게 들었다”며 “한국 촬영을 위해 배로 운송됐는데 워낙 커 촬영장에 세팅하는 데 10명이 넘는 장정이 달라 붙었다”고 말했다.
‘암살’에 쓰인 30년대 소품들은 모두 서울 태릉에 있는 소품실에 보관돼 있다. 김씨는 “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촬영 시 앞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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