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의 록밴드 ‘라이바흐’가 해외 밴드 최초로 올 여름 북한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라이바흐는 광복 70주년 기념식에 맞추어 오는 8월 19일과 20일, 평양에서 약 2,000명의 관객 앞에서 콘서트를 두 차례 가진다. 1980년 데뷔한 라이바흐는 무대에서 군복을 입는 등 이색적인 행보로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에 팬들은 이러한 콘셉트가 오히려 전체주의 사상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콘서트는 35년간 활동해온 라이바흐의 히트곡들과, 북한의 걸그룹에 해당하는 ‘모란봉악단’의 ‘가리라 백두산으로’ 등 북한의 노래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음악을 선보이는 등 정치적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공연의 총감독을 맡은 모르텐 트라비크는 “서방에서 북한은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주류 언론에 알려져 있는 것보다 바깥세계에 개방적”이라며, “북한과 라이바흐는 모두 파시스트적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출신인 트라비크는 2012년에도 ‘평화 기원 노르웨이 예술제’ 등 북한 관련 공연을 추진한 바 있다. 그는 북한과 지속적으로 예술적 교류를 하는 몇 안 되는 서양 예술가 중 하나로, 근 5년에 걸쳐 북한 정부의 신임을 받아왔다. 그는 “외부와의 접촉을 오랫동안 단절해왔던 나라에게 신뢰는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라이바흐 멤버들에 대한 조사를 따로 진행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받아온 극단적인 평판에도 불구하고 트라비크가 물의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는 라이바흐에 대해 “과격한 밴드가 아니라, 그저 현 사회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밴드일 뿐”이라고 말했다.
라이바흐라는 이름은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의 독일식 명칭에서 따온 것이다. 이들의 초기 음악은 라이브 공연에서 직접 만든 전자 악기를 사용하는 등 독일에서 시작된 전위적 록음악인‘인더스트리얼 록’을 표방했으나, 최근엔 히트곡을 자신의 방식으로 연주하는 등 대중성을 중시하고 있다.
이정민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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