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덴 좀 괜찮아요?”
지난달 부상 복귀 후 가진 첫 경기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그 경기 이후 제가 부쩍 많이 듣고 있는 질문입니다. 지난해 일어났던 사고는 굉장히 큰 사고였고, 부상 또한 심각했지만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신 덕에 차차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사고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는 ‘재활’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사실 부상 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응급실에 실려가 천장만 바라보던 제게 “더 이상 레이싱을 못 할 수도 있다”는 담당 의사의 말은 마치 사망선고와도 같았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억울한 심경에 하염없는 눈물을 쏟았습니다.
경추뼈가 크게 손상돼 자칫 하체 마비까지도 우려됐던 상황이었지만 철심을 박는 수술 대신 엉덩이 뼈를 이식한 후 좌·우 3개씩 총 6개의 나사를 박는 수술을 택했습니다. 더 고통스럽고 더 위험한 수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막 레이싱의 맛을 알았기에, 절대로 포기 할 수 없었기에 재활할 수 있다면 버텨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을 마친 후 빠르게 회복해 퇴원했고, 6개월 후 뼈가 다 붙었다는 확진을 받은 뒤부터 본격적인 재활을 시작했습니다.
재활의 과정은 고난의 반복이었습니다.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수영 한 시시간, 그 뒤로 러닝 30분과 근력운동 30분, 스트레칭 20분 등을 이어갑니다. 어떤 분들은 방송 때문에 다이어트하는 게 아니냐고 물으시지만 대부분이 근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이라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는 편입니다.
스스로에게 더 가혹할 수밖에 없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복귀에 대한 열망이 워낙 컸고, 무엇보다도 체력 관리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남성과 동등한 조건에서 펼치게 되는 레이싱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차가 달리지 사람이 달리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레이싱은 상당한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입니다. 한 경기당 100km를 쉬지 않고 달리게 되는데요, 일상 속에서의 운전과는 달리 매번 차량의 한계치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횡가속도(G 옆방향으로 작용하는 가속도)를 온몸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게다가 레이싱 차량은 일반 차량처럼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지면 온도와 차량 엔진온도, 실내 온도 등 상상 이상의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야 합니다. 또 100km의 레이스 동안 한 순간이라도 집중력을 떨어뜨리면 안 되기 때문에 체력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 없습니다.
사실 이번 복귀전에서도 20바퀴쯤 돌고 나니 뜨거운 실내 열기 때문에 상당히 지쳤고,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80~90도 되는 한증막에서 러닝머신을 뛰는 기분이랄까요? 경기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니 하늘이 온통 노랗고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수술했던 목의 통증도 사고 났을 당시처럼 아파왔습니다. 이날의 경험으로 다시 체력 상태를 체크하게 된 저는 저녁 운동시간을 더 늘렸습니다.
“정상도 아닌 상태에서 처음 타는 차로 완주한 것만도 잘 한 것”이라는 지인들의 격려가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했지만, 사실 복귀전 이후의 아쉬움은 너무도 컸습니다. 완주도 의미 있지만, 무엇보다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인데요. 늘린 운동량을 앞으로도 꾸준히 소화해 대회 때마다 조금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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