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 “왕따 조장 분통 터져"
경남 통영의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학교폭력체험 역할극’이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7일 경남 통영 모 초등학교 3학년 한 반에서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꾸는 역할극이 진행됐다. 담임교사 A씨는 전체 20명 학생 중 6명을 뽑아 피해자 역할을 맡겼다. 피해자 역할 학생들을 1명씩 불러 세워 나머지 학생 19명이 돌아가면서 발언하거나 툭 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돼지’, ‘왜 태어났니’ 등의 정도가 심한 발언이 오갔고 역할극에 놀란 일부 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역할극의 계기는 지난 6일 벌어진 커터칼 사건이었다. 평소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 1명이 방과 후 수업시간에 반 친구를 향해 커터칼을 휘두른 것이다. 왕따 문제가 심한 상황에서 이런 소동까지 벌어지자 역할극이 진행됐다. A교사는 왕따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에게 피해자 역할을 맡겼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교육방식이 적절하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 B씨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모욕적인 언사와 폭력을 주문해 오히려 왕따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며 “심지어 담임교사가 가해자 역할을 맡은 학생에게 사실적일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C씨는 “이런 교육방식은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 학생 모두에게 정신적으로 상처가 된다”며 “돼지라는 말을 들은 딸이 잠을 자며 ‘나만 괜찮으면 된다’고 말할 때 가슴이 많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담임교사 A씨는 “평소 왕따 문제가 심각해 교육적 차원에서 역지사지를 알려주려던 것이 본의 아니게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안타깝다”며 “방과 후에 학생들을 다독이며 상처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또 “모욕적인 발언은 1~2명에 불과했다”며 “사실적일 것을 주문한 게 아니라 가상의 상황에서 역할에 충실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해당학교 D교장은 “교육목적과 달리 방식이 적절하지 않아 A교사에 대해 근신처분을 내린 상태다”며 “신규 임용된 상황이라 경험이 없다 보니 교육방식이 미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담임교사 교체를 요청한 상태다.
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