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부실 역학조사 정황
삼성서울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역학조사를 벌였던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이 내부 보고 문서에 “조사를 삼성에 의존, 끌려다님”이라고 적는 등 보건 당국이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정황들이 나왔다.
14일 새정치민주연합 메르스대책특위가 입수한 내부 보고 문서에는 메르스 첫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처음 내원한 5월 17일부터 6월 7일까지의 병원 대응과 정부의 역학조사 과정이 시간대별로 기록돼 있다. 특히 5월 30일 밤 기재 내용에는 “복지부 A사무관에게 삼성병원 14번 환자 접촉자 리스트 보낸다. 그렇게 리스트 전달이 되도록 복지부 권준욱 국장(공공보건정책관)과 SMC(삼성서울병원) 병원장님과 이야기가 되었다”는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팀장의 전화 통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메르스 환자 접촉자 명단은 31일에야 현장에 있는 역학조사관이 아닌 복지부의 A사무관에게 전달됐다. 이와 관련해 역학조사 과정에서의 한계와 문제점을 정리한 문서의 ‘위크 포인트(weak point)’ 항목에는 5월 31일 “비록 일부이지만 전화번호, 주소가 있는 접촉자 목록을 내부 의사소통 부족으로 방역용으로 활용하지 못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 ‘위크 포인트’에는 “응급실 방문 내원객 관리까지 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삼성서울명원이 왜 명단 만드는 데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 왜 환자, 직원 명단만 제공했는가?”, “조사를 삼성에 의존: 끌려다님?”, “삼성병원과 복지부 고위급 간의 약속?”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삼성병원과 복지부 고위급 간의 약속’이란 표현은 삼성서울병원 감염관리팀장의 “권준욱 국장과 원장님과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가 국가 대신 해주고 있으니 접촉자 리스트 그만 재촉하라”라는 통화 내용에 대한 해석으로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날 열린 국회 메르스대책특위 전체회의에서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에게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과 무슨 내용으로 통화를 했나, 뭐라고 했길래 이런 건가?”라고 추궁했고, 권 정책관은 “29일 내가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송 원장이 나에게)의심환자가 발견돼 적극 조치하겠다고…”라며 내용을 부인했다. 이에 김 의원이 “역학조사관이 허위 문서를 작성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권 정책관은 “(접촉자)자료를 만드는 측과 받아야 되는 측의 오해가 있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이 회의에 증인으로 참석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 역시 “우리 병원에서 역학조사를 방해하거나 협조하지 않은 게 없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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