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재판의 핵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법정 출석에 불응하고 있는 박지만(57) EG그룹 회장에 대해 법원이 강제구인을 결정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30일 법정에 나오지 않은 박 회장에게 과태료 200만원을 한 차례 부과하면서 또다시 출석 불응 시 강제구인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창영)는 14일 열린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에 대한 9차 공판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가 구인 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은 다음 증인신문 기일인 21일 박 회장을 강제로 법대에 세우게 된다.
박 회장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에게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동향을 담은 문건 등을 건네 받은 것으로 지목된 핵심 증인이다. 이런 이유로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박 회장이 법정에 직접 나와 증언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견지해왔다.
재판부에 따르면 박 회장은 ‘법정 출석 이외의 방법으로 진술기회를 달라’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지난 9일 제출했다. 박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은 그가 증인으로 채택된 이후 벌써 세 번째다. 하지만 법원은 ‘사유서의 내용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불출석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8차 공판을 앞두고 박 회장이 제출한 두 번째 불출석 사유서를 인정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이번에 박 회장이 제출한 세 번째 사유서도 앞서 두 번째 사유서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현직 대통령의 친동생이라는 부담을 무릎 쓰고 박 회장에 대한 강제구인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박 회장이 법원으로부터 한 차례 거부된 내용의 사유서를 재차 제출한 것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 제151조는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구인하거나 교도소ㆍ구치소에 7일 간 감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불출석으로 발생하는 소송비용을 부담토록 하고, 최대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반복 부과할 수도 있다.
박 회장은 첫 증인 출석일인 5월 22일과 6월 9일, 같은 달 30일에 이어 7월 14일까지 모두 네 차례 법정 소환에 불응했다. 피고인인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은 2013년 6월~2014년 1월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동향보고서 등 청와대 내부문건 17건을 박 회장 측에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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