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31사단 장병 300여명
개·폐막식 공연서도 맹활약
지난해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육군31사단 장병들이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 다시 힘을 보탰다.
개막식 군무 공연에 참가했던 300여명의 장병들은 폐막식 준비를 위해 14일 이른 오전부터 광주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야외에 마련된 출연자 대기실 텐트로 집결한 장병들은 마지막 리허설을 위해 뙤약볕 아래서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최근 태풍이 북상하면서 광주에는 며칠간 비가 내렸지만 장병들은 우의를 입은 채로 리허설 진행에 여념이 없었다.
전남 해안지역을 맡고 있는 31사단 93연대 장병들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직접 목격했다. 장병들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호소하기도 했지만 대학생들의 축제인 유니버시아드를 통해서나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개ㆍ폐막식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황인권(20) 일병은 “제대하고 나서도 유니버시아드 무대에 섰던 경험은 오랫동안 안주거리가 될 것 같다”며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서먹했던 전우들 사이도 조금은 가까워졌다는 것이 황 일병의 설명이다. 그는 “다른 전우들과 어울릴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함께 공연하면서 전우애도 쌓았다”며 활짝 웃었다. 황 일병의 가족들에게도 군대간 아들이 텔레비전에 나온다는 것은 희소식이었다. 황 일병은 “가족들에게 내 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출연 순서를 알려줬다. 하지만 아무래도 출연자가 많아 찾지 못하신 것 같다”며 “휴가 때 집에 가면 개ㆍ폐막식 영상을 다운받아 내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개ㆍ폐막식 공연을 통해 전공을 살린 장병도 있었다. 박기순(21) 일병은 “서울의 한 극단에서 연기자의 꿈을 꾸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적인 행사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색다른 이력이 될 것 같다”며 “군대에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천운이 따랐던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장병들을 인솔했던 주성근(40) 소령은 “세월호 여파로 장병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 이번 대회에 참여하게 된 것도 장병들의 힐링과 재충전을 위해서였는데 다행히 공연을 치르면서 장병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고 말했다.
광주=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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