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지자체는 피해대책 못 내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과 같은 건물에서 장사를 하다 건물이 폐쇄돼 어쩔 수 없이 열흘 넘게 문을 닫았는데 보상받을 길이 없답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ㆍ경유해 폐쇄됐던 경기 구리시 카이저병원과 속편한내과 입주건물에서 영업하다 함께 폐쇄됐던 60여 개 업소가 그 피해를 구제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법적으로 건물소유자만 손해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피해 업소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4일 구리시에 따르면 카이저병원이 입주한 9층 규모의 태영프라자와 속편한내과가 입주한 5층 규모의 메스티지 상가는 지난달 21일 임시 폐쇄됐다. 이후 태영프라자는 폐쇄 11일 만인 1일, 메스티지 상가는 폐쇄 7일 만인 지난달 27일 영업을 재개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ㆍ경유해 폐쇄된 전국의 병원들 가운데 대형병원과 같이 단일 건물이 아닌 복합상가에 입주한 곳은 두 병원이 유일하다.
문제는 두 병원의 폐쇄조치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건물소유자 및 해당 병원만 보상계획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폐쇄명령으로 손실을 입은 건물 소유자에게만 손해 비용을 보상할 수 있다. 해당 병원의 영업손실은 정부가 추경예산 등을 통해 보상한다고 이미 발표했다.
그러나 태영프라자 내 41개소와 메스티지 상가 21개소의 세입자들은 현재 보상 약속도 받지 못한 채 피해액만 산출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태영프라자에서 파스타 가게를 운영하는 고인주(53) 소상공인대책모임 대표는 “건물 내 10개 가게에서 폐쇄기간 상해 버린 식재료 피해액만 2,600만원으로 추정된다”며 “영업일에 대한 손실액 추정은 아직 손도 대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또 “보상을 빨리 받을 수 있을까 해서 폐쇄조치 해제 직후 청소작업과 동시에 피해액을 함께 산출하자고 관공서에 제안했지만, 법적으로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말만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보험회사 등 일반 사무실 등의 손실액 집계는 또 다른 문제다. 고 대표는 “소상공인들의 영업손실 피해집계 방법과 달라 나설 엄두가 안 난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이럴 때 필요한 거 아니냐”고 소리 높였다.
구리시는 지난달 29일과 30일 복지부와 경기도에 60여 개 상가 세입자에 대한 보상과 관련해 공식 질의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 법무팀 관계자는 “기초단체가 직접 보상하는 것은 향후 선거법 위반 위험요소 등으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경기도는 보상이 필요해 보인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중앙 메르스 대책본부 관계자는 “‘메르스 추경안’이 아직 국회 통과를 하지 못한 만큼 실질적인 보상액 등을 산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과거 사례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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